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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KY FERREIRA: Ghost EP (2012)


스카이 페레이라와 라나 델 레이의 공통점

1. 메인스트림 레이블 소속

LDR: Interscope (유니버셜 뮤직 그룹 계열사)

SF: Capitol (역시 유니버셜 뮤직 그룹 계열사)


2. 이타적 싱어송라이터

LDR: 저명한 메인스트림 프로듀서/작곡가들과 공동 작곡

SF: 인디 뮤지션과 조인트 작업 ("Red Lips" 처럼 셜리 맨슨에게 곡을 통째로 제공받기도 함)  


3. 인디스타일에 대한 동경

LDR: 럭셔리 스포츠카와 함께 펼치는 주옥같은 인디 드립 퍼레이드

SF: 인디씬에서 놀고픈 열망을 품고 로컬 구닥다리 음악 클럽에 자주 출몰


스카이 페레이라와 라나 델 레이의 차이점


1. 대중접근성

LDR: 보디가드 대동, 리무진/럭셔리 패션 선호, 싸인 받기 힘듬

SF: 맘만 먹으면 누구든 클럽 밖에서 담배 피며 수다떨기 가능 (SF 본인은 담배 안핌)


2. 훼이크(fake) 유무?

LDR: 리뷰 참조

SF: 브리트니 스피어스빠였음을 밝히는 등 자신의 소시절 저질 팝 취향을 솔직하게 인정


3. 최종 목표

LDR: 헐리우드 여배우 (최근 호주판 Vogue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본심을 드러냄)

SF: 벡(Beck), 마이클 잭슨과 같은 실력파 솔로 뮤지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외형적으로 스카이 페레이라(Sky Ferreira)의 [Ghost]는 라나 델 레이 [Born to Die]의 데자뷰 같은 첫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허세끼가 어느정도 있어 보이는 앨범이다. 특정 계층에서 흉이 될 수 있는 '대형 레이블 소속'의 핸디캡(?)을 인디스러움으로 무마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와꾸'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나 할까?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인간적인 면을 살펴볼 때 스카이 페레이라는 일단 '진심을 알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라나 델 레이 과는 아닌 듯 싶다. 심기를 건드리는 인터뷰어의 짙꿎은 질문에 마음 속으로 칼을 품거나 대중들에게 '과거를 묻지 마세요' 식의 낯두꺼운 뻔뻔스러움으로 일관하는 등의 오만한 행동들을 취하지 않는 시원시원한 스타일? 또한 킴 고든과 SONIC YOUTH, RUNAWAYS, 브라이언 이노, CHIC 등과 같은 '뮤지션용 뮤지션'들을 자신의 라이크 리스트 안에 거론하면서도 동시에 인디 뮤직씬의 작가주의에 공감하는 루키 뮤지션으로써 자폭에 가까운 '케이티 페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하이디 몬테그 빠' 였음을 실토하는 정직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하니, 얼마나 쿨하고 훈훈한 아가씨인가.

인디 스타일의 아기자기한 소규모 일렉트로팝을 지향하려던 그녀의 심산은 한때 소속사 캐피톨 레코드와의 트러블 원인이 되기도 했었는데, 쉽게 꺾일 것만 같았던 그녀의 혈기어린 고집은 결국 셜리 맨슨, 데브 하인즈, 캐스 머콤 같은 쟁쟁한 인디 뮤지션들(음... 셜리 맨슨은 '인디'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사실 메이져 레이블에서는 이미 버린 카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을 대거 끌어들여 'Capitol' 딱지 붙은 앨범이라곤 믿기지 않는 소박한 사운드 지향의 미니 앨범을 꾹심있게 발표하기에 이른다. 

솔직히 [Ghost]를 통해 스카이 페레이라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완벽하게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단 5곡밖에 수록되지 않은 양적 한계는 차치하더라도 발라드("Sad Dream", "Ghost")과 댄스("Lost In My Bedroom", "Red Lips", "Everything Is Embarrassing")라는 양극단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스카이만의 확실한 캐릭터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 특히 에이미 리(Aimee Lee) 풍의 컨트리+얼트 팝 발라드 환영이 느껴지는 오프닝 "Sad Dream"과 셜리 맨슨이 증정한 전형적인 GARBAGE 스타일 넘버 "Red Lips"의 간극은 도무지 동일 뮤지션의 동일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상호이질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Ghost]의 수록곡에 드러낸 팝 감수성에는 본문의 서두에서 언급한 '솔직한 애티튜드'에 걸맞은 비주류틱한 진솔함이 일관적으로 배어있다는 게 은근히 놀랍다. 특히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될 법한 재즈팝 스타일의 발라드 넘버 "Ghost"에서 ㄹㄷㄹ식 감정과잉/허세를 차단하고자 힘을 쫙 빼고서 절제된 창법으로 멜로디를 꼭꼭 짚어나가는 스카이의 보컬 센스는 인디-메인스트림의 이분적 잣대를 초월하여 은근히 어필되는 바가 있다. 이러한 그녀의 수수한 매력은 댄서블 트랙에서 더 크게 빛을 발하는데, 과거 ANNIE의 절제된 고급 미니멀 일렉트로팝을 연상시키는 명실상부 앨범 베스트 트랙 "Everything Is Embarrassing"에서 오바하지 않는 착실한 톤을 유지하며 수수하게 조성되는 스카이식 댄스 바이브는 요즘 주류 댄스팝 가수들의 음악에서 찾기 힘든(차라리 ANNIE, GRIMES, CHAIRLIFT 등이 노는 인디 바닥에서 비슷한 뮤지션을 찾는 게 오히려 더 빠르다) 지적 매력을 묘하게 발산한다. 

물론 [Ghost]는 풀렝쓰 데뷔 전에 테스트 삼아 선보인 EP의 한계 탓인지 스카이 페레이라의 매력이 독창적/독립적으로 100% 발휘된 앨범은 결코 아니다. 일관성도 부족한데다 앞으로 스카이만의 메인 키로 유력시되는 댄스/일렉트로팝 역시 아직까지 '이것이 스카이식 일렉트로탑이다' 라고 할 만한 확신을 구체적으로 심어주진 못하니까 말이다. 캐피톨의 후광으로 인해 다음 행선지가 GRIMES가 아닌 라나 델 레이가 될 '변절의 가능성'도 남아있는 만큼 그녀의 음악적 포텐이 앞으로 언제-어떻게 터질 지 현재로썬 참으로 미지수인데, 그렇지만 [Ghost]의 다양한 무드와 템포 속에서 시종일관 자신만의 목소리를 큰 오바 없이 솔직담백하게 담아내려는 통제력은 분명 칭찬받을 만한 일이며 특히 피날레 "Everything Is Embarrassing"에서 진정한 댄스팝 '아티스트'로의 진화 가능성까지 열어두었으니, 이번 앨범의 완성도나 짝퉁 인디 논란을 떠나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 유심히 지켜봐야 할 팝 아티스트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불과 20세!   


RATING: 64/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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