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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1 02:26


"husbands"

90년대 중반 '악녀' 코트니 러브가 메인스트림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정점을 찍었던 라이엇걸(riot grrrl) 펑크 무브먼트는 여러모로 '페미니즘' 혹은 '성해방운동'과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이 아닌 순수한 음악적 시각에서 다시 돌이켜 본다면, 당시 활황을 누렸던 라이엇걸 세력들 가운데 음악만으로 순수하게 성대결을 벌여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둘만한 실력파 밴드는 정작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본기조차 없는 연주력을 캄프로치하고자 성적 담론으로 후까시를 지겹도록 만들어대는 엉터리들을 어느 순간부터 쏟아내던 라이엇걸은 막판 '걸물' SLEATER-KINNEY 배출을 마지막으로 21세기 시작과 함께 세력 소멸의 길을 걸었다.

지금 소개할 런던 출신의 여성 쿼텟 SAVAGES는 사멸된 라이엇걸 무브먼트 세력의 두 가지 결정적인 문제점들(엉성한 연주력/음악성, 투박한 페미니즘 언어들)을 보란 듯이 시원하게 박살내는 데뷔작 [Silence Yourself]로 라이엇걸, 더 나아가 여성 하드록(헤비메틀 'hard rock'이 아닌 '강력한' 록음악) 밴드의 새로운 가치를 현 록음악계와 팬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한다. 기타-베이스-드럼 모두 개성 강한 소리들을 내어줌으로써 다채로운 패턴의 합주를 매 프레이즈마다 수월하게 펼치는 SAVAGES의 연주력은 역대급 여성 밴드 L7(파괴력)과 SLEATER-KINNEY(콤비네이션)의 장점을 겸비(혹은 플러스 알파)하고 있는데, 이들의 환상적인 연주력은 보컬이 빠지고 악기파트들이 싸이키델릭스러운 포스트펑크 인스트루멘탈을 함께 뿜어내는 시점(특히 "She Will"를 필청하라)에서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특히 영국 오리지널 포스트펑크, 미국 초기 SST 레이블 펑크록 등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언더그라운드 클럽 바닥을 온몸으로 쓸고 다녔던 언더그라운드 기타 아이콘들의 스타일이 모두 집약되어 있는 젬마 톰슨의 기타사운드는 이 앨범의 최고 하이라이트. 하지만 인디록 여성드러머로선 유래없는 강력한 심벌난타와 킥드러밍을 호방하게 과시하는 페이 밀튼, 과거 쟝 자끄 버넬(Jean Jacques Burnel)를 연상시키는 호방한 억양의 베이스 피킹을 (디스토션을 곁들여가며) 쉬지 않고 구사하는 아이쉐 하산 역시 기타리스트 젬마 톰슨 못지 않은 존재감을 퀘텟의 일원으로서 공평하게 드러낸다. 오히려 PJ 하비(PJ Harvey), 수지 수(Siouxsie Sioux),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목소리를 각각 1/3씩 섞은 듯한 보컬을 보여주는 리더 제니 베쓰의 역량이 (적어도 레코드 안에서는) 이들 네 명 중에서 가장 평범하게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이처럼 '좀 되는' 연주와 작곡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부자연스러운 페미니즘 언어를 가사 속에 섞어가며 외형을 억지로 키울 필요성이 애초부터 전혀 없었던 것. 적당히 은유적이고 적당히 함축적인 언어 속에서 담담하게 얘기되는 가사 속 이야기들은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단상에서 비롯된 것들이지만, 이러한 '절제된' 언어들은 강렬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헤비 사운드에 실려 그 어떤 라이엇걸 시대 음악들보다 힘있는 메시지를 구구절절 폭발시켜낸다(해석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지면 관계상 가사해석은 각자....).

현재 시중에 널린 팝스타일 걸펑크밴드나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얼치기들과는 달리, 이질적인 마이너 코드와 다크한 고딕 무드로 우직하게 일관하는 SAVAGES식 펑크에는 '얄팍한 훅'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포스트)펑크를 21세기 프로 뮤지션의 관점에서 학문 해석하듯 진지하게 연주/노래하는 느낌이랄까. 포스트펑크 리바이벌과 라이엇걸의 허세가 아닌 펑크에 대한 순수한 애티튜드와 열정, 그리고 프로페셔널다운 연주실력만을 오직 내세운 음악으로써 이들은 여성 인디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RATING: 83/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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