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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15:38


"Overgrown"

최근 나온 앨범들 중 리뷰 쓰기를 서로 미루며 시간만 끌었던 두 장의 앨범이 있다.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로 상이한 장르들을 아무렇지 않게 오고가는 Autre Ne Veut의 두번째 앨범 [Anxiety]와 지금 소개할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ck)의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 [Overgrown]은, 어떤 장르인지를 먼저 가려놓고 음악을 들으려는 경향이 있는 필진들로 하여금 깊은 반성의 계기를 갖게 해준 바로 그 문제의 작품들이다. 두 횽 모두 백횽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흑횽들의 잔치판인 힙합/알앤비 장르에 올해 동시에 도전장을 들이미셨는데, 아무리 '하이브리드'가 인디음악계의 대세이자 이곳에서 선호하는 창작 성향 중 하나이긴 하나 이들의 원래 백그라운드가 정통 흑인음악이 아니라 인디/일렉트로닉쪽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 두 장의 앨범은 과감하다 못해 '무모한'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특히 과거 UK 개러지 세력의 핵심멤버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던 제임스 블레이크의 '환골탈태'는 가히 충격 그 이상이었으니...

제임스횽은 킬러 트랙 "Sparing the Horses"이 B면에 수록된 첫번째 싱글 [Air & Lack Thereof (2009)] 시점부터 [Klavierwerke]/[CMYK] 직전까지 '선지자' MJ Cole횽과 맞짱 가능한 흑인음악 안목, 투스텝/비트 센스, 기계 테크닉 등을 선보이며 골수 개러지/덥스텝 매니어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심어주었다. 특히 Hessle Audio 레이블(KEFKRIT 2011 리스트를 통해 짤막하게 소개된 바 있다) 시절 발표한 주옥같은 덥스텝 클래식들(특히 [The Bells Sketch (2010)]: 1 - 2 - 3 )은 아직도 매니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팝스타' 제임스 블레이크작 인디 인스트루멘탈 아이템들. 그러나 우리의 제임스횽은 해볼만한 시도들은 대해봤음직한 레알 인디시절에도 보컬 가창력만은 쌀뒤주에 감춰둔 비상금마냥 계속 꼭꼭 감춰왔기에 본작 [Overgrown]에서 클린하게 드러난 알앤비 보컬 테크닉과 그 비중도는 왕년 현란한 디제잉 모습에 홀딱 반했던 일렉팬들분에겐 그야말로 기가 차는 광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제임스횽의 광팬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조차 싱글/EP시절 오토튠 걸린 보컬들의 상당 부분이 외부 샘플이 아닌 제임스횽 자신의 음성이었음을 첫번째 풀렝쓰 [James Blake (2011)]가 나오고서야 뒤늦게 인지했을 정도였으니......

비록 피아노와 보컬이 대거 삽입되었지만 일렉음악에 합당한 현란한 기계적 기술들로 듣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던 전작 [James Blake]에 비한다면, 신작 [Overgrown]은 '미니멀리즘 포스트덥스텦' 혹은 '소울스텦' 으로 카테고리 쉴드를 친다해도 '덥스테퍼 시절' 제임스횽을 우상화했던 일렉 꿈나무/매니어들에게 마치 재앙과도 같은 아날로그성 '조용함'으로 일관되어 있다. 즉, '도구적 테크닉' 보다 보컬에 무게중심이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Overgrown]에서 베리얼, 마운트 킴비 등과 동일선상에 놓고 제임스횽을 바라보던 팬들을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는 장르 트랜지션이 또 한번 거하게 일어난 것.

독보적 권력을 행사중인 일렉트로닉 전문 웹진 RA에서조차 'Pop' 장르로 단순 분류(덥스텦, 포스트덥스텦 등의 서브장르 멘션 하나 없이 기냥 '팝'이란다 ㅎㄷㄷ)된 [Overgrown]을 제대로 논하기 위해선 '덥스텦', 'UK 개러지/베이스', '포스트덥스텦', '퓨쳐 개러지', '소울스텦(아... 이건 정말 별루다)' 등 자질구레한 일렉트로닉 서브 카테고리들을 일단 내려놓고 이 작품을 바라보는 게 급선무다. 왜냐하면 일렉쪽이 아닌 일반 인디/팝 음악 관점에서 본다면 [Overgrown]은 드레이크(Drake)횽, 위켄(Weeknd), 프랭크 오션(Frank Ocean)에 대적할만한 '유러피언' 제임스횽의 흑인음악 해석력이 돋보이는 '네오소울 성향의 아트팝' 앨범으로 쉽게 인식될 테니까. 성가대에서 가스펠을 부르는 소년 감수성처럼 깨끗하면서도 깊이 있는 맛을 보여주는 클린 보컬은 드레이크나 프랭크 오션의 보컬 스타일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제임스횽의 소울 보컬 멜로디는 장르적인 융통성과 팝적인 친밀감을 지닌 샤데이나 제이미 컬럼 등 영국 출신 싱어들의 흑인음악처럼 굉장히 매끄럽고 부드럽게 해석되기 때문에 심각하고 다크한 배경 사운드스케잎에도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을 자연스럽게 발산한다. 

제임스횽은 화려한 오토튠 보컬 조작술 대신 클린 보컬과 피아노 선율 중심으로 '덥스텦+기계음악'이 아닌 '소울팝+인간음악'을 구사하려는 의지를 앨범 타이틀 1번 트랙 "Overgrown"부터 절절하게 보여준다. 장엄한 오케스트라형 현악기 반주, 극도로 절제된 타악기(확실히 점잖아진 미니멀 비트이지만 뭔가 팝의 정석과 차별화된 이질적인 느낌도 더불어 불어넣는다)만을 이용하여 지적이면서도 깊은 소울/가스펠 감수성의 대향연을 펼치며, 제임스횽의 크룬 보컬 테크닉이 클라이맥스에서 작렬하는 2번 트랙 "I Am Sold"에서도 그의 화려한 소울팝 마술은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렉스 루거(Lex Luger)나 쥐펑크(G-funk), 그라임(grime) 장르에서 자주 보여지는 저렴한 톤의 신스 리프들을 팀버랜드(Timbaland)가 깔끔하게 마스터링한 듯한 느낌을 주는 3번 트랙 "Life Round Here"는 [Overgrown]에서 가장 커머셜한 느낌의 팝 감수성을 띈 소울 트랙으로, 빵빵한 튠으로 달짝지근한 멜로디를 흘리는 신쓰 리프와는 정반대로 약한 톤으로 여백을 매꾸는 사이렌 소리와 클로즈 하이햇 타격음의 둔탁한 디테일감은 제임스횽의 섬세한 샘플장난/프로듀싱 능력을 통해서나 맛볼 수 있는 부조화의 매력일 것이다.   

제임스횽의 오랜 우상이었던 우탱의 리쟈(RZA)횽이 피처링공동 프로듀싱한 4번 트랙 "Take A Fall For Me"은 천부적인 재능꾼들로 넘쳐나는 흑횽들의 음악판에 정식으로 입문하려는 제임스횽의 의지가 리쟈횽의 존재감 덕에 외관상으로 제일 쎄게 드러나 있는 곡이다. 언젠가 리쟈횽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하나로 포티쉐드(Portishead)를 꼽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선지 리쟈횽이 자주 들여주곤 하는 멜랑꼴리함이 제임스횽 등의 영국쪽 느낌이랑 뭔가 매치가 잘 되는 듯한 인상을 이 곡에서 심어준다. 샘플 장난은 제임스횽도 전공이기에 누가 이 곡의 비트를 만들었는지는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없지만 멜랑꼴리와 잔잔함 속에 묻어있는 어그레시브함이 일품인 리쟈횽 스타일의 비트가 작렬하는 이 곡에서 시를 낭독하는 듯한 리쟈횽 특유의 랩핑과 백횽만의 소울 감수성을 작렬시키는 제임스횽의 크룬 창법 간에 자아내는 하모니는 필자로 하여금 당장 시디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생길만큼 오묘한 매력을 선사한다(여담이지만 이번 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막을 내린 2013 코첼라 밸리 음악 페스티벌에서 즉흥적으로 펼쳐진 리쟈횽과 제임스횽의 랑데뷰 퍼포먼스는 영미 음악계에서도 나름 큰 화젯거리였다). 

이어지는 5번 트랙 "Retrograde" 역시 장난이 아닌 제임스횽의 소울 마인드가 고퀄로 표현된 곡. 꼭 디안젤로(D'Angelo)같은 느낌으로 흥흥거리는 제임스횽의 소울 보컬 실력은 거의 미국의 정상급 알앤비 싱어들과 자웅을 겨룬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정교하면서도 감성충만한데, 이는 왕년 '풀타임' 덥스텝 디제이 제임스횽의 모습을 떠올릴 때 가히 '충격적이다' 라고까지 말할 수 정도다. 디안젤로횽을 연상시키는 수준급 알앤비 작곡 구성력이나 보컬 센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임스횽이 흥흥거리는 소울 보컬로써 자아내는 감성의 깊이나 몰입도는 과거 여성 소울 보컬 레전드 니나 시몬(Nina Simone)누님까지 떠올리게 할 정도이니...   제임스횽의 보컬 능력은 '백형 네오소울' 리그에서 동일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제이미 운(Jamie Woon: 조금은 잡스러움)이나 하우투드레스웰(How To Dress Well: 너무 자주 등장하는 리버브 기믹) 등과 비교할 때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는 진리를 바로 이곡에서 우리는 보게 된다.          

7번 트랙 "Digital Lion"은 앰비언트 거장 브라이언 이노의 참여로 화제가 되었던 곡. 전형적인 이노 스타일의 앰비언트 신쓰를 타고 몽환적으로 속삭이는 제임스횽의 보컬의 유기체는 겉돌지 모른다는 예상을 깨고 꽤나 특이한 소울 하모니를 연출하며, 개러지 스타일의 주술적 퍼커션 비트와 앤디 스톳(Andy Stott)풍의 걸걸한 베이스라인이 더해지며 조성되는 텐션감이 일품인 클라이맥스 부분은 풀타임 덥스테퍼였던 제임스횽의 과거 흔적을 일부나마 다시한번 회고하게끔 해준다. 딱딱거리는 카우벨 소리, 구형 808 신쓰 리프, 사이렌 소리 등을 이용하여 몽환적 느낌 사이로 하우스/테크노적인 그루브를 살짝 내어보는 "Voyeur" 역시 "Digital Lion" 만큼이나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곡. 리듬/비트감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 두 곡은 예전 현란한 기계적 터치를 보여줬던 제임스횽의 덥스텦 아우라를 다시 맛볼 수 있어 과거 제임스횽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겐 필청되어야 할 곡들이다.

후반부에 수록된 "To The Last""Our Love Comes Back"은 초반부의 1, 2번 트랙 "Overgrown"과 "I Am Sold"처럼 기계적 음을 최대한으로 배제하고 제임스횽의 어마어마한 소울 보컬능력을 아예 대놓고 자랑하듯 발휘한 곡들이다. 깊숙하면서도 고급스런 아름다움을 자아냈던 사데이(Sade)누님의 브리티쉬 소울팝 느낌으로 달달하게 불러제끼는 "To The Last", 그리고 '이 시대 최강 크룬 보컬은 바로 나다!' 라고 인증하듯 허무주의적 감수성에 파묻혀 느끼할 정도로 "흥흥"대는 횽의 보컬 솜씨를 클래식 피아노 선율과 함께 전면에 드러낸 "Our Love Comes Back" 모두 수준급의 네오소울 발라드 넘버들이다. 여기에 프로듀서적인 안목을 발휘, 뿅뿅거리는 신쓰 비트와 퍼커션 소리, 걸쭉한 구식 808 신쓰 리프 등을 첨가함으로써 따분하게 흘러갈 수도 있을 소울 발라드 곡에 참신함과 재미를 미니멀하게 불어넣는 센스까지 섬세하게 발휘하신다.    

한때 덥스텝의 왕좌를 놓고 베리얼과 경쟁하던(BURIAL의 [Kindred EP] 리뷰 서문 참고) 제임스횽... 하지만 이제부터 그의 미래 경쟁상대는 더이상 베리얼이 아니라 드레이크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온당할 것 같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DJ Bombé라는 인물이 제임스횽과 드레이크횽의 곡들을 짜집기한 셀프릴리즈 믹스테잎 [James Drake]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흥흥 또는 엥엥거리는 자신의 크룬형 목소리를 지적인 분위기의 미니멀 배경사운드에 엮어 오묘한 분위기의 소울/알앤비 음악을 만들어가는 드레이크와 제임스횽의 풍모는 뭔가 서로 흡사한 부분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Overgrown]식 소울음악에는 기존에 나왔던 흑인 네오소울 음악의 거친 질감과는 다른 제임스횽만의 부드러운 특징들이 아주 잘 잡혀져 있다. 가령 드레이크만 보더라도 그의 음악 스타일은 '젠틀맨 음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여타 흑인 네오소울 음악에 비해 '안' 거친 편이지만, 제임스횽식 네오소울은 드레이크의 마일드함보다 멜로디, 무드, 구성력, 가사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부드럽고 매끄럽다. 물론 '덥스테퍼'답게 원시적이고 때론 거친 느낌의 비트 리듬과 질감들을 항상 음원 공간의 구석구석에 얇팍하게 깔아놓는 '버릇'은 아직 가지고 있지만, 이런 작은 '거친' 요소들이 소울 멜로디와 섞여들어 크게 응집되어 나오는 전체 음악의 마지막 감촉은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다. 그러면서도 클라이맥스 부분 등에서 한번씩 어그레시브하게 몰아쳐주는 요소들도 동시에 지니고 있기에 이 '부드러움'이 따분함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로운 느낌으로 더 어필하는 듯한데, 이는 '샘플장난' 마스터로서의 진가를 충분히 과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유니크한 소울 무드를 보여주고자 한 제임스횽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구성력에 힙입은 바가 크다. 최소한의 터치에 의해 최대한의 음악적 테마와 무드,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하는 이러한 [Overgrown]식 구성법은 이곳에서 수차례 소개된 바 있는 쟈니 쥬얼(Johnny Jewel; SYMMETRY, CHROMATICS)의 음악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면 훨씬 더 이해가 빠를 듯.

 [Overgrown]은 인간적인 냄새를 담은 음악을 하기 위해 기계적인 장르에서 소울/알앤비라는 장르로 갈아탄 제임스 블레이크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화려하게 뽐낸 작품이다. 데뷔 풀렝쓰 [James Blake]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제임스횽의 천부적인 보컬 능력과 센스 넘치는 작곡 능력은 이번 앨범을 통해 소울/알앤비라는 장르 안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또한 깔끔/정교하게 배치된 보컬 레이어링에 의한 화려한 보컬프로세싱 기술과 덥스텦으로 다져진 기계 테크닉들을 이용하여 흑인음악 멜로디의 맛을 변칙적으로 해석해낸 팝 프로듀서로서 그의 역량 역시 전작에 못지 않은 재미와 완성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콜라보 작업을 함께 한 리쟈(RZA)횽 뿐만 아니라 카니예(Kanye West)횽과 제이지(Jay-Z)횽 같은 거물 흑횽들까지 이미 자신의 팬 내지는 지지자로 포섭을 해놓은 제임스횽의 다음 작품 파트너로는 작년 "매드 시티'로 힙합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차세대 힙합 거장 켄드릭라마(Kendrick Lamar)횽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힙합/알앤비에 관한 제임스횽의 애정이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숙고하고서 미래에 나올 그의 새 음악들을 들어야 할 것 같다.


BKC: "흑인음악 전문가적 관점에서  노래 수준과 작곡은 어떤가? 프로듀싱이라든가

기타등등..."

Sean: "굉장히 sophisticated 한 거 같은, 음악 자체도 그렇고 느낌도 좋고 노래도 정말

그렇게 잘하는 거 같다."

BKC: "덥스텦 천재였는데..."

Sean: "이번 앨범은 네오소울인데, 이거 진짜 잘 만든 거 같다. 센스도 정말 좋은 거

같다. 소울 느낌을 이렇게 잘 내는지 정말 몰랐는데"

BKC: "그럼 이 새끼, 진짜 천재네."


RATING: 87/100

written by KEFK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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