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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PIMP C: Still Pimping (2011)


랩퍼이자 싱어, 그리고 프로듀서로써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었던 남부(Southern) 힙합퍼 Pimp C의 신보(?) [Still Pimping] 이 지난 7월 12일 발매되었다. 몇년전 불귀의 객이 되어 팬들 곁을 홀연히 떠나버렸지만 아직도 남부 텍사스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명으로 꾸준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핌씨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성가대와 학교등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고 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길로 들어서고자 했던 비범한 아이였다. 그러던 중 그의 양아버지가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작곡과 악기연주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었고,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으며, 대학생 시절에는 합창단 대회에서 테너솔로로 1등상을 받은 재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핌씨의 탄탄한 음악적 배경이 녹아난 것일까, 그의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거친 남부힙합비트 위에 감성적인 멜로디/건반 등 꽤 짜임새 있는 구성의 작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핌씨는 1987년에 절친인 랩퍼 Bun B와 함께 랩 그룹 Underground Kingz (UGK) 의 초창기 멤버로써 처음 힙합씬에 등장했으며, 그들의 세번째 앨범 [Ridin' Dirty]의 셀프 타이틀곡 "Ridin' Dirty" 로 빌보드 힙합/알엔비 차트에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또한 Jay-Z의 네번째 앨범 [Vol. 3... Life and Times of S. Carter (1999)]의 히트 싱글 "Big Pimpin'" 에  UGK의 동료 Bun B와 함께피쳐링 가수로 참여함으로써 대중에게 충분히 그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밖에 핌씨가 죽기 불과 4개월 전에 발매되었던 UGK의 다섯번째 앨범 [Underground Kingz (2007)]에서 Outkast와 함께한 "International Players Anthem (I Choose You)"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는데, 이 곡은 피치포크에서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노래 Top 500 (장르 불문)' 에서 당당 43위에 올라 힙합팬들을 놀라게 했다.

여지껏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처럼, 힙합 아티스트에게는 바람잘 날이 없는 것인가, 그는 마약소지 등으로 2002년도에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주변 힙합인들의 탄원으로 2005년에 가석방되었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2007년 우울증과 반복되는 감기약의 과다복용으로 LA의 한 호텔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많은 힙합퍼들은 이 재능있는 젊은 뮤지션의 죽음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애도를 표명했으며 특히 UGK의 동료이자 절친 Bun B는 "You're Everything", "Pop It 4 Pimp" 등의 노래로 고인이 된 핌씨를 추모하기도 했다. 

핌씨는 살아생전에 많은 곡들을 녹음해놓았다고 하는데, 그중 그가 사용하지 않고 아껴놓았던 곡들을 한데 모아 엮어낸 앨범이 바로 [Still Pimping]인 것이다. 사실 그의 죽음 이후 이번이 [Greatest Hits (2008)] 앨범을 포함하여 벌써 3번째 정식발매 앨범인데,  실제로 앞서 나온 두 장의 앨범들에 비해 퀄리티와 짜임새 면에서 훨씬 더 나은 미발매 곡들을 이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곡으로는 데이빗 배너(David Banner) 스타일의 오르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Watch the Reaction", 강물흐르듯 느긋한 컨트리풍 느낌으로 그루브를 타는 "Grippin on the Wood" (최근 가장 잘나가는 Big K.R.I.T.과 핌씨의 영원한 절친 Bun B가 이 곡에 참여했다), 그리고 유명 소울/펑크(soul/funk) 밴드 Isley Brothers의 명곡 "Choosy Lover" 의 보컬을 인용한 이지리스닝 슬로우 잼 풍의 "I'm So Proud of Ya" 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세 곡은 핌씨의 생전 정규 앨범 히트곡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써던 힙합 특유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항간에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혹은 '사장시키기엔 너무 아까운 곡들의 모음집이라 반갑다' 는 등 여러가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뜬금없는 새앨범 발매를 둘러싼 자세한 내막을 떠나서 돌아가신 핌씨의 새로운 곡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힙합 팬들로써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앨범은 정말 핌씨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마지막 '새앨범' 이 될 지 모르니 핌씨에 대해 문외한인 분들이라도 이번엔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보시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RATING: 78/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