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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23:24


[The Physical World] (풀 앨범)

2000년대 초 '캐나다 인베이젼' 세력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던 토론토 출신의 펑크록 듀오 DEATH FROM ABOVE 1979 (이하 D.F.A.)는 당시 ARCADE FIRE에 버금가는 입지를 차지할 만큼 북미 인디씬에 큰 임팩트를 남겼던 밴드였지만, 데뷔 앨범 [You're A Woman (2004)] 이후 2년만에 팀이 해체되면서 한동안 '앨범 한장만 남기고 사라진 비운의 밴드'의 대표격으로서 음악팬들에게 심심찮게 거론되어왔다. 그러다 2011년, 이들은 해체만큼이나 뜬금없이 재결성을 돌연 선언하더니 전국투어에 이어 지난 9월 11일 10년만에 대망의 두번째 풀렝쓰 앨범 [The Physical World]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드록과 펑크록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로큰롤 그루브를 군더더기 없이 뽑아냈던 2004년 당시 이들의 당찬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겐 너무도 반가운 '뜬금포'였던 것.

2004년 당시, 하드록과 펑크록이 왁자지껄한 튠으로써 흥겹게 믹스된 데뷔 스튜디오 사운드를 엮어낸 이들을 '캐나다산 푸 파이터스'쯤으로 편리하게 소개하는 평론가들도 꽤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적어도 세션 연주 멤버와 엔지니어 크루를 항상 대동하는 아레나 지향적인 푸파이터스급 대형 밴드들과는 별개로 D.F.A.의 라이브 능력이 높이 평가받았던 이유는, 제시 프레데릭 킬러(Jesse F. Keeler)와 세바스티앙 그레인저(Sebastien Grainger), 이 두 멤버의 연주력만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모든 라이브 퀄리티의 승부를 거는 '독고다이' 정신이 거의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록/헤비메틀(이하 HR/HM)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럭셔리한 엔지니어링 하나 없이 생짜배기로 스피커에서 터트리는 '허세스러운' 헤비튠은 오히려 오리지널 헤비메틀 음악보다 훨씬 더 대담하고 터프하게 들려졌으니까. 리드 보컬을 담당하면서도 노래와 함께 놀라운 심벌 타격을 동시에 과시하는 S. 그레인저와 기타 배킹 없이도 솔로이스트에 버금가는 다채로운 베이스 소리를 뽑아내는 J.F. 킬러 사이에서 외롭고도 강렬하게 펼쳐지는 베이스-드럼 '무기타' 연주 콤비네이션은, 마치 같은 캐나다 출신의 펑크록 듀오 JAPANDROIDS의 처절한 라이브 광경과 굉장히 흡사하다고나 할까(물론 펑크록에 무게중심을 둔 저팬드로이드와 하드록에 무게중심을 둔 D.F.A.의 음악 스타일은 같은 '펑크'의 울타리 안에서도 분명 서로 다르다). 아무튼 D.F.A.의 라이브를 직접 감상하게 될 날이 조만간 국내에도 오길 바라면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공백', D.F.A.의 양축 중 하나인 J.F. 킬러의 '일렉 변절'(그는 최근까지 일렉트로닉 듀오 MSTRKRFT의 리더였다!), 그리고 음악계의 정설인 '써퍼모어 징크스' 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두번째 앨범 [The Physical World]에 대해 크게 기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온-오프라인에서 하루에 수백장의 앨범이 튀어나오는 현 상황에서 D.F.A.의 복귀를 기다리는 과거 골수팬이 과연 아직까지 존재할지조차도 의문인 판국. 하지만 이들은 터프하면서도 팝센스 넘치게 하드록/메틀과 펑크간의 하이브리드 효과를 구현했던 지난 데뷔 시절의 모습을 [The Physical World]에서 10년만에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왁자지껄하면서도 신명나는 리듬과 템포, 원맨쇼하듯 폭풍처럼 중간음역을 무한점령하는 J.F. 킬러의 스토너메틀(stoner metal)풍 베이스 리프, 거칠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을 동시에 선사하는 S. 그레인저의 로킹 보컬(데이브 그롤(Dave Grohl)의 보컬과 상당히 닮았다)... 이 모든 것들을!

[The Physical World]은 '21세기 하드 로큰롤'에 관한 훌륭한 해석들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D.F.A.는 태생적으로 펑크록과 함께 헤비메틀에도 깊은 영향을 받은 밴드다. 이러한 면모는 80년대 중-후반 상업 HR/HM의 로큰롤 리프들(아이언 메이든, 디오, AC/DC 등등)을 즐겨 구사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구시대 HR/HM 로큰롤에 거추장스럽게 붙어있던 럭셔리한 돼지 비계들을 떼어내기 위해 이들은 '럭셔리와 동떨어진' 단촐한 베이스-드럼 트윈 연주 시스템과 로파이-월오브사운드(Wall-Of-Sound)의 유기적 음향 조화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이 덕분에 리스너들은 D.F.A.가 지향하는 '뒷끝없는 그루브와 에너지' 라는 로큰롤 본연의 꾸밈없는 매력 속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빠져들 수 있게 된 것. [The Physical World]는 전작 [You're A Woman]이 추구했던 HR/HM적 배킹 리프, 그루브, 파워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띈다. 그러나 10년간 각자 쌓은 음악적 내공 때문일까. 이들이 다시 시도하는 거칠고 하드한 펑크 로큰롤 어프로치에는 10년 전의 그 모습보다 훨씬 원숙하고 안정된 스탠스가 느껴지며 매 트랙마다 뭔가 기승전결의 이야기거리가 담긴 듯한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특히 D.F.A. 사운드 절반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J.F. 킬러의 베이스 능력은 이번 앨범을 통해 모던/얼트록 베이스 필드에서 마이스터 등극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함을 뽐내고 있다. [You're A Woman]에서 트레몰로 피킹 등을 통해 뽐냈던 괴팍한 굉음들은 HR/HM 요소가 강한 D.F.A. 사운드에 노이즈 펑크적인 맛을 내는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지만, 아무 이유없이 너무 주구장창 터트리는 탓에 종착역으로 갈 즈음엔 오히려 리스너들의 귀를 질리게 하는 면도 다분했다(마치 스크릴렉스 덥스텦 음악에서의 와블베이스처럼).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는 묵직한 파워, 정교한 피킹 테크닉, 다채로운 억양과 프레이즈 등으로 무장된 베이스 원맨쇼를 변함없이 보여주면서도, 전작에서의 시끌벅적한 노이즈과잉 욕구는 절도있게 통제하며(겹줄피킹 인트로가 인상적인 "White Is Red"가 대표적) [The Physical World]에서 D.F.A.이 탐구하고자 하는 로큰롤 문맥을 베이시스트로서 완벽하게 서포팅해준다.  

개러지스러운 로파이와 인디스러운 월오브사운드 시스템 하에서 오직 두 명만의 초미니 세팅으로 2014년 현재의 인디록씬과 힙스터들의 구미에 아주 착착 들어맞는 HR/HM 듀오 앙상블을 연출한다는 게 절대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천부적인(?) 로큰롤과 트렌드 감각을 바탕으로 댄스펑크급의 가공할만한 속도감과 그루브가 장착된 HR/HM 친화적 인디(펑크)록 프로젝트를 10년만에 또다시 성공적으로 완수해낸 것이다. 물론 본작은 '뒷끝없고-쉽고-신나는' 로큰롤 정신을 우선으로 한 작품이기에 테크닉 빠방한 정통 HR/HM 앨범이나 예술성/심도 깊은 모던록 앨범들과 비교할 때 퀄리티면에서 자칫 초라하게 비춰질 여지도 있지만,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은퇴컴백 노땅 듀오들이라는 팩트를 감안하면 더도덜도 말고 '수고했다'란 격려 한마디 정도쯤은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을 갖춘 컴백작품이다. 


RATING: 80/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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