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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GIGS

Warm Up #8 @ PS1, New York (8/20/2011)

DATE: 8/20/2011

GIG:
WARM UP #8
ARTISTS:
THE JUAN MACLEAN, SOLANGE, BLOOD ORANGE, PICTUREPLANE, GRIMES, FORD & LOPATIN
PHOTOGRAPHY: BYUNGKWAN CHO

지난 8월 20일 미국 롱 아일랜드 시티에서 열린 전자음악 콘서트 시리즈 WARM UP의 8번째 이벤트에서는 비욘세의 여동생으로 더 유명한 솔란지 노울스(SOLANGE KNOWLES)가 DJ로써 무대에 등장하여 올해 열린 WARM UP 공연 이벤트 중 가장 많은 관객과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사실 솔란지 이외 나머지 다섯 뮤지션들의 실력과 명성 역시 인디 계열에서는 하이 클래스급에 속하는지라 인디 음악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 솔란지 '따위'는 애초에 아웃오브안중이긴 했지만, 메인스트림 미디어에 꾸준하게 노출되었던 '유명인사' 솔란지의 출연으로 인해 애꿎게도 다른 '유명' 뮤지션들이 이러한 순수 음악행사에서마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공연장을 꽉 매운 관객들 앞에서 '과연!' 이라는 탄성을 내지르기에 충분한 라이브 퍼포먼스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인디 음악의 저력을 과시했다.  
     
FORD & LOPATIN

앰비언트 그룹 ONEOHTRIX POINT NEVER의 댄 로파틴(Dan Lopatin)과 인디록 밴드 TIGERCITY의 조엘 포드(Joel Ford)가 의기투합한 칠웨이브 성향의 일렉트로닉 댄스 듀오 FORD & LOPATIN의 퍼포먼스는, 일관된 분위기와 컨셉이 느껴지던 데뷔 앨범 [Channel Pressure (2011)]와는 달리 두 명의 멤버간에 아주 극명한 스타일 차이를 공연내내 드러냈는데, 누누 카나바로의 트랙 등 앰비언트성 익스페리멘탈 트랙 샘플로 야릇한 일렉음악 무드를 선사한 댄 로파틴과는 달리 록 백그라운드를 가진 조엘 포드는 레트로 팝 성향의 깔끔한 복고성 일렉트로 음악을 디제잉하여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저 사진은 필자의 사전 요구에 의해 연출된 사진일뿐, 공연타임의 반반씩 나누어 따로 디제잉을 했다).

GRIMES
캐나다 퀘벡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끌레어 부쉐(Claire Boucher)는 BJORK, DAFT PUNK, FEVER RAY 등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자기방식대로 음악을 엮어내는 뮤지션이다. 그녀의 화려한 키보드 실력과 센스있는 보컬 기교는 이미 [Darkbloom EP (2011)]에서 드러난바 있지만 이번 라이브에서 ROLAND 키보드와 BOSS 보컬 퍼포머(오른손으로는 키보드 연주를, 왼손으로는 마이크를 거머쥐고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왼손 엄지+검지손가락만으로 이 기구를 눌러가면서 자신의 리얼타임 보컬 음향에 원터치로 이펙트걸고 루핑을 자유자재로 척척해내는 솜씨는 압권이었음), 이 두 기구만으로 풍성한 레이어의 사운드를 뿜어내는 그녀의 라이브 실력은 이모겐 힙의 라이브를 보는 듯 정말 기대이상의 수준이었다.

PICTUREPLANE
똘끼 다분한 원맨그룹 PICTUREPLANE의 키취적 매력이 강렬하게 발산되었던 무대였다. 올해 나왔던 [Thee Physical] 앨범의 패티쉬 컨셉에 맞게 패티쉬 룩을 착용하고서 양 싸이드에서 그로테스크한 율동을 보여주는 두명의 여성 무희들 사이로 랩탑/키보드와 보컬을 동시에 소화하며 CARTER USM, STEREO MC'S 같은 양아치적인 일렉트로니카 댄스 에너지를 무대에서 능글맞게 발산해내는 트래비스 애저디의 스테이지 매너는 발군이었다. 예상대로(!) 배킹 뮤직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두번의 삑사리는 있었지만, "Real Is A Feeling", "Post Physical" 등의 히트 싱글들을 통해 껄렁껄렁하면서도 감수성 충만한(이러한 이율배반적 매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초짜 뮤지션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능숙하게 피력하는 모습은 분명 박수감이었다.

BLOOD ORANGE
데브 하인즈(Dev Hynes)의 또다른 원맨 프로젝트 BLOOD ORANGE는 포크/복고/어쿠스틱적이었던 또다른 사이드 프로젝트 LIGHTSPEED CHAMPION보다 훨씬 더 대중친화적이고 트랜디한 면모가 풀풀 풍기는 록 사운드를 보여준다. LGITHSPEED CHAMPION 시절과는 달리 배킹 멤버 한명 없이(단, 중간에 솔란지 노울스가 객원 보컬로써 한두곡 찬조출연했었음) 자신의 개인 랩탑과 일렉기타만을 이용해 올해 발매된 BLOOD ORANGE의 데뷔 앨범 [Coastal Grooves] 수록곡 위주로 TV ON THE RADIO와 지미 핸드릭스를 넘나드는 연주솜씨와 매너를 미친듯이 보여준 데브 하인즈는 분명 이날 이벤트 최고의 히어로였다.

SOLANGE
팬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 '최악의 선정' 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번지수 틀린 등장과 함께 빈티나는 퍼모먼스를 펼친 솔란지(SOLANGE). 여기저기 럭셔리 파티에 불려다니며 한손에 칵테일 잔을 들고 설렁설렁 판을 돌리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음악에 제대로 집중하진 않았지만, KLYMAXX의 "Meeting In The Ladies Room" 부터 NOTORIOUS B.I.G.의 "Mo Money Mo Problems" 까지... 그냥 비트감 좋은 알앤비/힙합 클래식 트랙들을 플레이리스트에 쭉 널어놓고 아이튠 DJ가 된 듯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하는 믹스솜씨를 보여줬다. 디제이 필드가 아직도 연예인들 취미활동용(한국에도 그런 놈이 몇마리 있다)으로 무방비로 허용되고 있는 것인가? 세상에는 진지한 열정을 가지고 디제이 세계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지만, 사기성 컴퓨터 앱과 CD 턴테이블이 주류화된 이 마당에 제프 밀스같은 외골수들은 이제 인간문화재로 승격되어야 할 상황... 어쨌든 관중들의 성원은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이름빨 하나만은 최고였으니. 만약 욘세누님이 등장했다면 일대 폭동이 일어났을듯...

THE JUAN MACLEAN
LCD SOUNDSYSTEM의 은퇴 이후 새로운 DFA 얼굴마담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빠방한 음악적 백그라운드를 자랑하는 THE JUAN MACLEAN은 1시간동안 DJ KICKS! 스타일의 논스톱 디제잉으로 공연장을 꽉채운 관중들을 하우스 테크노의 무아지경에 빠뜨리며 WARM UP #8의 파이널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해주었다. 마치 앞선 무대에서 애플 랩탑으로 공주처럼 아이튠 음악을 틀고 내려온 솔란지에게 엿이라도 먹이듯 그는 두대의 vinyl 턴테이블을 당당하게 고집하면서 자신의 작년 [DJ Kicks!] 컴필레이션 앨범보다 더 강렬하면서도 극레이브적인 사운드를 장인적 손길로 쭉쭉 뽑아냈다. 

photos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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