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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JAZZ

BILL FRISELL & VINICIUS CANTUARIA: Lagrimas Mexicanas (2011)


빌 프리셀 (Bill Frisell)과 비니수스 칸투아리아 (Vinicius Cantuaria)의 협연 앨범 [Lagrimas Mexicanas] 발매 소식은 전세계 컨템포러리 재즈 팬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뉴스였을 것이다. 이 두 거장의 협연은 빌 프리셀이 지난 2003년에 발표했던 월드뮤직 성향의 솔로 앨범 [Intercontinentals] 에서 한 차례 이루어진 적이 있었지만 당시 칸투아리아는 객원 드러머로써 제한적으로 앨범 작업에 참여했을 뿐이었고, 빌 프리셀과 비니수스 칸투아리아 모두의 이름을 동등하게 함께 걸고 협연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능 아티스트 비니수스 칸투아리아는 브라질 출신. 천재 아방가르드 재즈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은 미국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신. 이렇게 출신지는 서로 완전 다르지만 현재 거주/활동하고 있는 곳은 두 명 모두 뉴욕이기에 이들의 음악적 유대관계는 은근히 돈독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만의 독창적인 기타 연주법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빌 프리셀은 일련의 ECM 레코딩 작업들을 통해 이미 아방가르드 재즈계열에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지만, 비니수스 칸투아리아는 뉴욕과 브라질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퍼커셔니스트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으나 뉴욕에 정착한 이후부터는 재즈 보컬리스트로써 더 큰 명성을 받아 오고 있으며,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류의 정통성 위에 로-파이 인디 싱어송라이터와 같은 트랜드적 감각을 살짝 얹어낸 그의 보사노바 재즈 음악은 연령의 구애를 받지 않고 폭넓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주앙 지우베르투를 연상시키는 달콤하면서도 이지적인 재즈 보컬 보이스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선율로 여유롭게 풀어해치는 재즈 기타 연주 실력 역시 (퍼커셔니스트 출신치고는) 분명 따로 거론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이번 새 앨범에서 빌 프리셀과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어낼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Lagrimas Mexicanas]는 로커빌리, 보사노바, 삼바, 재즈, 블루스, 컨트리, 모던록 등등 여러 장르가 (의도되었건 되지 않았건) 여기저기 뒤섞여 있는 앨범이다. 빌 프리셀의 나름 방대한 디스코그래피 때문에 그가 이렇게 나긋나긋한 취향으로 앨범을 낸 적이 있었는지 확신할 순 없으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분명 프리셀보다는 칸투아리아에 더 무게중심을 맞춘 상태에서 곡을 써나가고 레코딩도 한 듯 하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곡들이 프리셀의 재기넘치는 기타실력보다는 칸투아리아의 감성적인 노트에 더 큰 악센트가 되어 다가오는데, 마치 '존 스코필드가 재즈 싱어 옆에서 반주하는 듯한 느낌' 이라면 가장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이 때문에 '프리셀 다운 느낌' 을 원하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수도 있는 '단아한' 음색들이 이번 앨범에서 유독 많이 들리지만, 이러한 보수적 워크프레임 안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는 프리셀 기타 싸운드 특유의 재치, 세밀함과 강렬함은 팬들에게 변함없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이 앨범의 핵심곡은 "Lágrimas de Amor" 와 "El Camino" 정도를 꼽겠지만 나머지 곡들 모두 이 두 베테랑 뮤지션의 기량이 십분 발휘된 수작들이다. 기묘한 파열음이 딜레이되어 여유롭게 공명하는 프리셀 특유의 일렉트릭 기타 싸운드와 맞물려 은은하게 퍼지는 칸투아리아의 달콤하면서도 몽환적인 기타 + 보컬 멜로디는 이 앨범이 아니면 느끼기 쉽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하모니에 다름아니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이방인들의 감성과 목소리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앨범같은 느낌...  묻히기에는 아까운 이 두 거장의 협연 작품 [Lagrimas Mexicanas]은 올해 최고의 크로스오버 재즈 앨범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는 양질의 사운드로 꽉 채워져 있다.

RATING: 818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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