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NG: Common Era (2011)

1. 02 Never Came Close.mp3
2. 04 Perfect Life.mp3
3. 08 Common Era.mp3

2002년 미국 뉴올리안즈에서 결성된 익스페리멘탈 뮤직 듀오 BELONG의 컴백 신작 [Common Era]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온 Experimental 계열 앨범 중 하나였지만, 앨범 전곡 감상 직후 과연 이 앨범을 어느 카테고리에 포함시켜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몽환적 멜로디 / 톤의 추상 변성-이완-확장-접합을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전작 [October Language (2006)]는 익스페리멘탈 음악 매니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작품이었지만, 이번 새 앨범에서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M.B.V. / JESUS & MARY CHAIN 식 팝 (?) 취향은 꽤 당황스러운 요소인 것만은 사실이다.

아무튼, 5년간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중간에 산뜻한 EP 앨범 [Colorloss Record (2008)]로 존재감을 살짝 확인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변화의 조짐을 눈치채지는 못하고 있었다. 익스페리멘탈계의 거물 레이블로 자리잡은 Kranky와 계약 후 발표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번 앨범은, 상업적 익스페리멘탈 앨범 발매에 재미를 붙인 소속사의 입김 때문이었는지 BELONG 특유의 노이즈/드론/피드백 음색들을 대폭으로 죽여놓고 그 위에 팝적인 멜로디의 보컬 라인을 대폭 깔아놓아 예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듣기 쉽고 부담 없는 형태의 음악들로 변모해 있다. 또한, 리듬 파트가 완전하게 뮤트되고 갖가지 음원들의 하모니만으로 완성된 지난 앨범들과는 달리, [Common Era] 는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 파트 음원(드럼과 베이스)을 과감하게 도입하면서 록적인 프레임워크를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부각시켰다.

강렬한 톤으로 몽환적으로 리버브 / 딜레이되면서 대성당의 오르간 연주처럼 잔잔하게 퍼져드는 기타와 키보드 싸운드 자체는 M.B.V.에 대한 변함없는 찬양조로 일관하며 전작에서의 싸이키델릭한 기운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이즈와 드론의 부분적 제거로 인해 훨씬 더 가벼워지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음원의 실험이 전개되는 형상이다. 그리고 전작들에선 들을 수 없었던 리버브 걸린 보컬의 보이스와 Colm Ó Cíosóig (M.B.V. 드러머) 를 연상시키는 스네어 드럼의 반복적 난타는 소음 파트가 크게 제거되면서 얇아져버린 음원 레이어를 나름대로 보충하고 있다. 

전작, 특히 [October Language]에서 보여준 과감한 노이즈 음원 실험의 모습은 [common Era]에서 분명 크게 희석되어버렸다.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분명 평론가들에게 뭇매의 빌미가 되기 십상이고 이러한 현실타협의 모습은 골수 실험음악 팬들에게 변함없는 공분의 표적이 된다.

하지만, 가슴을 적시는 드론 음악을 하는 몇 안되는 밴드의 변절아닌 변절은 이번 앨범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감하게 절제시킨 노이즈 톤 위로 슈게이징 보컬을 덧입힌 이 앨범은 듣기 쉽고 때에 따라선 묘한 그루브감도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앨범을 포스트 슈게이징 앨범들 중 하나로 그냥 편하게 정의해버린다면, 분명 [Common Era]는 이 부류 앨범들 중 과히 top of the top 레벨의 퀄리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의 컨셉트도 있고 완성도도 수준급이다. 올해 같은 달에 발매되어 BELONG의 [Common Era]와 격이 다른 융숭한 대접을 평론가들로부터 받고 있는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포스트 슈게이징 앨범 [Belong] (우연의 일치인가!) 과 비교를 해봐도 BELONG의 이번 앨범이 그렇게 냉대를 받아야 하나 의문이 든다. 그 정도로 (마음을 비우고 들어본다면) 그냥 변절 실패작 쯤으로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아쉬운 양질의 앨범이다.

RATING: 78/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