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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NAS: Life Is Good (2012)

전설의 레젼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는 G.O.A.T.(Greatest Of All Time) 랩퍼 Nas의 열번째 정규 앨범 [Life is Good]이 지난 7월 17일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특히 전설의 명반 [Illmatic (1994)]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DJ Premier와 전곡을 작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니, 많은 힙합팬들이 그야말로 '언제 또 큰일이 벌어지나' 하고 목빠지게 기다려왔던 앨범이기도 했다. Def-Jam 레이블에서의 마지막 앨범으로 기록될 이번 [Life is Good] 앨범은 사실 Rza, Dr. Dre, DJ Premier 등 레전드힙합 프로듀서들이 총출동한다는 루머까지 돌았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일부 팬들은 김이 좀 빠지기도 했을 터이다. 
 
자, 그럼 횽의 이번 앨범이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일단, J.U.S.T.I.C.E. League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가스펠의 거장 Kirk Franklyn횽의 곡을 샘플링한 첫번째 트랙 "No Introduction"은 힘겨웠던 어린시절부터 성공과 고뇌의 굴레에 있는 오늘날까지 나스횽의 자전적 이야기를 드라마틱한 드럼 배킹에 맞춰 다루는데, 특히 얼마전 도장을 찍어야만 했던 전 부인 Kelis와의 일들에 대해 "내가 못난 놈이다"하고 자백하며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비교적 디테일한 어조로 털어놓는다.

앨범이 나오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자가유출시킨 두번째곡 "Loco-Motive"는 라지프로페서횽이 피쳐링한 싱글곡으로, 단순한 쓰리노트 베이스라인과 묵직한 터치의 피아노 샘플이 뉴욕 지하철(locomotive)의 음산한 느낌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낸다. Rick Ross 횽이 피쳐링, 그리고 No I.D.가 프로듀싱한 네번째곡 "Accident Murderers"에서는 나스횽 자신이 퀸즈 브릿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샘플로 중간중간에 MC Shan의 "The Bridge"에서 들을 수 있던 Break Beat 스네어 사운드가 첨가되어 있다.

다섯번째 곡 "Daughters"는 딸바보가 된 나스횽의 간지와 고뇌가 엿보이는 곡으로, 싱글맘이 아닌 싱글파더(?)로서 횽의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왠지 모를 리얼함이 곡 전체에서 물씬 전해진다(마치 나스횽의 머리에 새치가 많아졌을 것만 같은 느낌은 그저 이 곡을 통해 느껴지는 기분 탓이리라). 특히 최근 그의 딸이 트위터에 올린 보물상자 속 콘돔사진으로 맨붕을 겪기도 했었는데, 화려한 전적(?)의 랩스타 이전에 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이 곡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듯 하다. 다음곡 "Reach Out" 은 소울의 큰별로서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고 Issac Hayes 선생의 "Ike's Mood" 샘플링이 눈에 띄는 곡으로, New Edition의 곡인 "Once In a Lifetime Groove" 구절과 Mary J. Blige의 매력적인 보컬이 나스횽의 간지라임과 함께 시원하게 녹아들어간다.

랩뮤직 팬들에게 나름 좋은 평을 얻고 있는 열번째 트랙 "Back When"은 이번 앨범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No I.D.가 프로듀싱한 곡이라선지 Kanye가 프로듀싱해준 Common의 곡에서 느꼈던 감성이 다시 들리는 듯하며(사실 No I.D.가 Kanye의 멘토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영향을 어느정도 서로 주고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booming하는 베이스와 보컬샘플이 돋보이는 다음곡 "The Don"은 뉴욕시티를 주름잡는 보스가문 'The Don' 과 같은 거한 위엄을 과시한다. 이어지는 "Stay"는 잔잔하게 넘실대는 재즈 배경에 비트 역시 재즈 스타일로 깔려져 재즈의 운치를 제대로 자아내는 곡이며, 작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던 Amy Winehouse가 피쳐링한 12번 트랙 "Cherry Wine"은 브레이크 비트와 기타, 그리고 에미미 와인하우스 특유의 오묘한 소울 보컬이 한데 어우러지는 명곡이다. 

마지막 트랙인 "Bye Baby"는 Kelis와의 옛추억 등 좋은 기억들을 담아 보내는 곡으로, 글로써 이별의 아픔을 좋은 기억으로 승화시켜 떠나보내는 내용의 곡이다.
 
[Life Is Good]는 전반적으로 크게 흠잡을 곳 없는 프로덕션과 랩을 탑재하고 있으며, 잔잔한 곡부터 들썩거리는 곡까지 나름 다양한 느낌과 분위기를 두루 수록해놓은 앨범이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90년대 초 거장의 모습으로 홀연히 등장했던 나스횽의 명성과 위용에 어울리는 느낌이 살짝 덜 어필되는 듯한 느낌을 이번 새앨범에서 받기도 했다. 물론 "Daughters" 등과 같은 트랙들처럼 다소 색다를 수 있는 가사내용과 삶에 관한 어필들을 앨범 이곳저곳에서 엿볼 수 있지만, [Illmatic]과 같은 감흥을 어쩔 수 없이 뇌세포 속 어딘가에서 반자동적으로 기대하게 되는 필자와 같은 골수 나스의 팬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좋으나 [Illmatic]과 같은 확고부동한 일관성을 다소 잃어버렸으며, 개인적이면서도 품격있는(?) 가사와 메시지 또한 초기의 거침없는 에너지를 떠올릴 때 다소 밋밋한 느낌을 불러일으킬만한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번 앨범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굴지의 프로듀서 No I.D.는 인터뷰에서, '가장 (현재의) 나스다운 나스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으니, 어쩌면 바로 지금 현재의 (변화된) 나스를 만나본다는 생각으로 이 앨범을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RATING: 79/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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