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ALT & INDIE

THE MACCABEES: Given To The Wild (2012)


런던 출신의 6인조 밴드 THE MACCABEES의 [Color It In (2007)]는 신인 밴드의 데뷔 앨범 치고 나름 준수한 튠의 업템포 포스트펑크 인디록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지만 선배 UK 네오 포스트펑크 밴드 FUTUREHEADS, BLOC PARTY(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까지 이들을 따라올만한 UK  출신 네오 포스트펑크 밴드는 현재까지 안 나오고 있는 듯)의 영향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리듬/멜로디 패턴들의 남발로 인해 여기저기서 이들이 'BLOC PARTY 짝퉁' 정도로 폄하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2년 후에 조심스럽게 선보인 써퍼모어 앨범 [Wall of Arms (2009)]는 비록 BLOC PARTY 류의 UK 인디 포스트펑크 음악에서 전수받은 그룹 사운드 공법의 매커니즘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었던 앨범이긴 했으나 거장 ARCADE FIRE의 독특한 서사적 모던록 사운드스케잎과 잉글랜드(그리고 스코틀랜드 음악에서도 빈번하게 캐취되는) 밴드만이 가진 독특한 억양의 멜로디 훅 등을 접목시키며 한층 절도있는 록 사운드를 구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앨범으로 기억된다.

얼마전 발표된 THE MACCABEES의 통산 세번째 정규 앨범 [Given To The Wild]는 이들이 전작에서 포스트펑크의 클리쉐이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했던 ARCADE FIRE적 방법론이 나름 THE MACCABEES만의 어법으로 한층 더 고급스럽게 정착되어진 작품인데, 특히 초기 시절 보여줬던 펑크적 풍모(비트-템포)를 완전 죽이지 않으면서도 ARCADE FIRE의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서서적 록 삘을 한층 더 훌륭하게 접목시킨 점이 이번 앨범이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하드함, 스피드, 그루브를 절대덕목으로 여기던 초기와는 확연히 달리 [Given To The Wild]를 통해 소프트한 슬로우템포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들의 모습은 인트로 오프닝 트랙에 이어 클린톤 트윈 기타 리프-재지한 스네어 드러밍과 함께 부드럽게 전개되는 두번째 트랙 "Child"에서 막바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THE ANTLERS의 [Buerst Apart]를 다시 듣는 듯한 컨셉트형 센티멘탈리즘 모던록의 정돈된 삘은 수시로 은은하게 록 악기들 사이로 공명하는 브라스 사운드와 함께 명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심상을 풍요롭게 전달하는데, 특히 디스토션 기타리프와 함께 중반부부터 깔끔하게 터져나오는 펑크 템포의 인스트루멘탈 파트는 브라스 합주, 해먼드 올갠의 소프트 툰과 맛물리면서 듣는 재미가 제법 솔솔한 발라드 록을 리스너에게 선사한다(물론 이러한 어프로치 역시 ARCADE FIRE의 아우라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Given To The Wild]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전 두 장의 앨범들보다 훨씬 더 강한 어조로 80년대 사운드의 엑기스들을 MACCABEES화시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MTV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자주 접하곤 하는 80년대 뉴웨이브 시절의 UK 모던록 사운드들(U2, SIMPLE MINDS, TEARS FOR FEARS, TALK TALK, XTC 등등)을 드림팝의 소프트한 몽환경 톤에 의지하여 굉장히 깔끔하게 구현하고 있는데(특히 80년대 메인스트림 모던록을 재현하는 듯한 "Forever I've Known"를 들어보라), 물론 그 드림팝의 톤 자체가 COLDPLAY와 ARCADE FIRE가 구사하는 트렌디한 드림팝 톤과 상당히 흡사(특히 "Heave"의 보컬/드럼 스타일은 아주 COLDPLAY적이다)한 게 옥의 티이긴 하지만 전작들, 특히 [Wall of Arms] 시절 약간 거칠고 덜 융화된 ARCADE FIRE식 명상적 어조와는 달리 특정하게 정해진 루트나 플롯을 세워 놓고 조금 더 절도있게 다듬어진 몽환적 목소리를 독창적으로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80년대 복고 아우라로 물든 이 앨범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RADIOHEAD식 일렉트로닉 비트를 의도적/지속적으로 삽입하여 U2, BLOC PARTY, COLDPLAY식 드러밍의 여운을 희석시키려 하는 "Go", 엣지(The Edge: U2 기타리스트)의 전광석화같은 록 기타리프에 요나스 베어 테어켈스뵐(Jonas Bjerre Terkelsbol: MEW 리드보컬)의 감성적인 드림팝 보컬을 한데 접목시킨 듯한 "Unknown" 등은 예전 일관적으로 떠들어 오던 펑크조가 태생적으로 지닌 '자유로운 에너지'와 근간 이들이 자신들의 사운드에서 취하고자 하는 필수덕목으로 자리매김한 '드라마틱한 드림팝 무드'가 서로 적절하게 배합된 이 앨범의 필청곡들이다.

얼치기 클리쉐이 포스트펑크에서 섬세하고 진지한 사운드스케잎이 머릿 속에서 그려지게 하는 UK 모던록의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극적인 분위기 전환을 도모 중인 이들에게 [Given To The Wild]는 전작의 과도기를 거쳐 ANTLERS나 WILD BEASTS같은 '지적인 모던록 밴드'로써 거듭나는 데 나름의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증좌로써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다만 COLDPLAY, ARCADE FIRE, U2의 음악적 영역을 번갈아 오가며 가장 이상적인 튠을 잡아내려고 하는 시도의 흔적들이 아직까지는 100% 완벽하게 하나로 통일화되지는 못한 듯 한데, 그런 의미에서 80년대 FM 모던록 스트럭쳐 안에서 날선 긴장감이 깔끔한 미니멀 터치에 의해 작렬하는 기타 코드웍 배킹과 웅장하면서도 서사적/몽환적 사운드스케잎(이게 바로 MACCABEES가 이제부터 근본적으로 원하고 있는 메인 테마이지 않나)이  독특한 억양으로 조화를 이루는 앨범의 센터피스 "Pelican"이야말로 이들이 'THE MACCABEES만의 사운드' 로써 앞으로 지속적으로 구현해볼 만한 개성과 가능성이 가장 크게 묻어난 곡이 아닌가 한다. [Given To The Wild]는 분명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올라갈만한 명작의 풍모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예전 밋밋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이 밴드가 단계적으로 취해오고 있는 사운드 변화의 가치를 비로소 느끼게끔 해주는 나름 준수한 퀄리티의 컴백 작품이다.
   
RATING: 76/100

written by BKC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IBES: Baby (2012)  (4) 2012.03.19
WHITE CAR: Everyday Grace (2012)  (1) 2012.03.13
LANA DEL REY: Born To Die (2012)  (45) 2012.02.05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Belong (2011)  (5) 2012.01.28
M83: Hurry Up, We're Dreaming (2011)  (5) 201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