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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1 07:23


"marilyn monroe"

마르지않는 샘같은 창조력을 지닌 가수 겸 프로듀서 Pharrell Williams의 두번째 정규앨범 [G I R L]이 지난 3월 3일 발매되었다. 한동안 살짝 주춤하나 싶다가 작년 로빈 시크(Robin Thicke)의 "Blurred Lines"을 시작으로 다프트펑크(Daft Punk)의 "Get Lucky", 에니메이션 Despicable Me 2의 사운드트랙 "Happy"(이번 [G I R L] 앨범에도 5번째 트랙으로 재수록되어 있다) 등 메가 홈런들을 연거푸 쳐내며 건재함을 만천하에 다시 보여주었던 파렐횽이 8년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솔로 신작 [G I R L]의 게스트라인은 예상대로 너무나도 호화롭다. 일단 설명이 필요없는 횽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를 비롯, 악동녀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오지 오즈본의 딸 켈리 오즈본(Kelly Osbourne), 팀버랜드(Timbaland), 다프트 펑크(Daft Punk), 조 조(Jo Jo),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파렐횽의 재래를 축복해준 것.

작년 다프트 펑크의 대박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 수록곡 "Get Lucky"에 피쳐링 가수로 참여하여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파렐횽은, 녹음을 끝마치자마자 [Random Access Memories]의 제작사인 콜럼비아 레코드의 매니저들로부터 솔로 음반을 제작해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받았다고 하는데, 파렐횽 역시 이 제안을 미팅 장소에서 덥썩 받아들여 바로 이 역사적인(?) 써퍼모어 앨범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내 심장 속에 있는 것을 다른이들이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한 파렐. 일단 음악을 듣기 전 횽의 마음 속에 뭐가 들었는지 [G I R L] 앨범 자켓을 통해 시각적으로 먼저 가늠해보자. 언뜻 보면 pimp 컨셉 같지만 금이빨과 금체인이 빠져있는 등 전형적인 pimp 용모는 일단 아닌 듯하고, 횽 옆에 서있는 세 명의 여성들 역시 pimp의 말따위는 아예 들어주지도 않을 시크한 모델급 차도녀들이니... 즉, 이번 앨범을 통해 'G I R L'이란 존재를 존중하며 바라보려는 철든 횽의 페미니스트(Feminist) 컨셉이 앨범 재킷에서도 반영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번 시작하면 무한 랩배틀이 벌어지는 논쟁이 바로 남여문제인데, 그런 문제들을 떠나 이번 앨범을 통해 여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좀더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고 횽은 말씀하신다. 사실 작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로빈씨크와의 콜라보 메가히트 싱글 ”Blurred Line”에서 횽이 반복적으로 지껄여댄 문제의 내용, 즉 "I know you want it"이 마치 "여자의 No는 Yes다"라는, 연인 사이에서 심심찮게 발생되는 성폭행의 정당화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이러한 '불명예' 혹은 '오해'를 상쇄하기 위해 파렐횽께서 페미니스트 컨셉을 이번에 들고 나온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세상에는 남녀간의 불균형이 항상 존재해왔지만, 이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균형이 잡힐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미래에는 오히려 여자들이 주도하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르는데(인터뷰에서 횽이 언급했던 '75% 미래 여성 영향력'대로 앨범 재킷에 담긴 여성과 남성의 성비 역시 3:1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저 올바른 위치에 나 자신이 서 있었으면 한다."

시네마틱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인트로에 등장하는 첫곡은 ‘페미니즘'이라는 앨범 컨셉답게 유명 여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이름을 제목으로 들고나와 일단 호기심을 자극한다. 켈리 오즈본이 백그라운드 보컬을 피쳐링해준 이 곡에서 횽은 ‘마릴린 먼로, 클레오파트라, 혹은 잔다르크가 온다해도 나는 특별한 그녀만을 원할 뿐이다’ 라며 자신의 진중한 여성취향을 흥겹고 유쾌하게 피력한다.  

여자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위인이 바로 우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횽이 아니던가. 이어지는 "Brand New"에서 파렐횽은 쉽지 않은 인생과 사랑의 역학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시대의 플레이어' 저스틴횽과 듀엣으로 함께 들려준다. 거물 피처링 게스트 팀버랜드횽님의 맛깔나는 비트박스, Horn 사운드, 잭슨파이브(The Jackson 5)풍 기타스트로크 사운드 등이 결합되어 파렐횽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신명나는 모타운 펑크 무드가 오프닝 트랙에 이어 바로 이 곡에서도 한바탕 펼쳐진다.

펑크의 흥겨움은 3, 4번째에 포진한 "Hunter", "Gush"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비지스(Bee Gees)의 펑키 디스코에 퀸(Queen)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 록 파워가 살짝 더해진 듯한 "Hunter",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코드와 프린스의 펑키비트가 합성된 듯한 "Gush"는 N.E.R.D.사운드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겐 유독 반갑게 느껴질만한 N.E.R.D.풍의 변칙 그루브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담겨 있는 트랙들이다.  

후반부 곡들도 들을 만하다. "Blurred Line"의 악동꾸러기 이미지와 살짝 비슷한 각도로 다가오는 악녀 마일리사이러스의 피쳐링 보컬이 매력적인 "Come Get It Bae", 중간에 보코더 소리만 들어도 바로 다프트펑크가 사운드에 참여해 주었구나 라고 감지할 수 있는 통산 세번째 다프트펑크 콜라보 트랙 "Gust of Wind", 품절녀가 되어 뭇남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Alicia Keys가 피쳐링 보컬로 등장하여 레게풍의 느슨한 템포로써 멜로한 여성감성을 보여주는 "Know Who You Are" 등은 완성도를 떠나 피쳐링 게스트의 이름값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곡들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It Girl"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마치 쟈니 기타 왓슨(Johnny "Guitar" Watson)의 훵크락 잼(funk rock jam)을 연상시키는 몽롱한 인스트루멘탈과 비트의 앙상블을 느낄 수 있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트랙이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고 했던가. 그간 파렐횽의 손길을 거쳐 갔던 다른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 앨범들 혹은 N.E.R.D. 등의 콜라보레이션 앨범들에 비해 정작 파렐횽 자신의 첫 솔로앨범은 딱히 두드러지는 호응을 얻지 못했었지만, 이번만큼은 바리깡이 좋아서였는지 자신의 머리를 직접 깎아 반짝이는 민둥머리를 나름 한껏 자랑해보이고 있는 듯하다. 절제된 프로듀싱을 바탕으로 파렐횽만이 가진 펑크/디스코 감각을 깔끔하게 재정돈시킨 결과물 [G I R L]은, 세련된 힙합 사운드로 팬들의 귀를 언제나 손쉽게 사로잡으며 메인스트림 힙합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거물 프로듀서/뮤지션 파렐의 음악성을 다시금 재확인하는 연장선으로써 손색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아주 특별하다고 느껴질만큼 크리에이티브한 프로듀싱 흔적은 [G I R L]에서 그닥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뭔가 팀버레이크스럽고 로빈씨크적이고 다프트펑크의 최근작 같은 펑키+디스코+힙합=트렌디팝의 흔작(흔한작품) 느낌도 나고. 하지만 이 세 뮤지션의 상업적 대박 작품들은 모두 파렐횽의 손길이 닿아 탄생된 것들인데, 메인스트림 힙합의 트렌드를 꾸준하게 이끌어온 파렐횽의 감각에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동화된 우리들이 정작 파렐횽 자신의 작품을 들으며 갖게 되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느낌 자체가 어찌보면 오리지널에서 오리지널을 따지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페미니즘'을 표방한 [G I R L]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G I R L]에서 파렐횽이 와신상담 보여주고자 했던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존중 등등의 흔적들은 도대체 가사의 어느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앨범 크레딧에 어떤 특정 표시라도 해두어야 이해될 수 있을만큼 심오한 은유법이라도 구사하고 있는 건지? 저스틴 브러더스(비버와 팀버레이크가 되시겠다)와 함께 화려한 플레이질을 하는 셀럽들에겐 조금 특별나게 보일지도 모를 진정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고뇌는,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보통 남자들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일 뿐, '페미니즘'과는 하등 관계 없는 관념이니까 말이다. 그저 "Gush"에서 반복해서 지껄여지는 '더티걸' 이란 단어만이 뇌리에서 강렬하게 맴돌 뿐인 필자에겐 '페니미스트'의 몸짓을 취하는 파렐횽의 호언장담은 그냥 페미니즘이란 개념조차 없는 평범한 블링블링 흑횽의 대외활동용 뻥카로 보일 뿐이다. 

RATING: 67/100

written by KEFK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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