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4: #5 - #1




"delorean dynamite"
05
TODD TERJE
IT'S ALBUM TIME
(olsen)
하우스 디제이 겸 프로듀서 테리에 올센(Terje Olsen)은 그동안 IBIZA를 비롯한 유수의 EDM 페스티벌에 자주 등장하곤 했던 베테랑 뉴디스코(nu disco)+하우스(house) 디제이이지만, 크고 작은 일렉 페스티벌들이 자주 열리는 스칸디나비아와 유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물이었다. 특히 페스티벌이 가뭄에 콩 나듯 벌어지는 제3세계 마이너 국가들(대한민국 등등)에서는 음반 위주로 일렉 아티스트들이 써치(search)되기에, 테리에 올센처럼 풀렝쓰 앨범에 둔감한 인물은 아무리 '베테랑' 이라 해도 제3세계 음덕들에게 노출되기란 쉽지 않다. 노르웨이의 'Mjøndalen'이란 촌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그의 초기작들 중 [Mjøndalen Diskoklubb (2005)]이란 12인치 싱글 앨범도 있다) 테리에는 데뷔하자마자 기세좋게 두 장의 싱글을 내놓았던 2004년 이후 오랫동안 제대로 된 풀렝쓰 앨범 제작을 차일치일 미뤄오다 드디어 10년만인 지난 2014년 자신의 첫번째 스튜디오 풀렝쓰 앨범 [It's Album Time]을 발표하게 된다. 그동안 온갖 의미없는(?) 리믹스 싱글들과 클럽 디제잉 퍼모먼스들로써 세월들을 낭비하듯 날려보냈던 테리에 올센. 그런 그였기에 이번 첫번째 풀렝쓰 [It's Album Time]의 완성도와 독창성은 '그 동안 뭐했나' 싶을 정도로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70년대 디스코 황금기의 재소환'이라는 다소 뻔한 외형적 구조와 테마를 노골적으로 띄고 있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 포함된 실로 다채로운 장르 레파토리와 어프로치들은 '디스코 음반' 답지 않게 굉장히 정교하고 꼼꼼하게 연출되고 있는 것! 일단 소싯적부터 연마된 테리에의 건반 연주력은 그저 하우스 디제이로만 인식되었던 그에 관한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뜨릴만큼 [It's Album Time]에서 탁월하게 발휘된다. 조르지오 모로더풍 이탈로 디스코 신쓰는 물론, 퀸시 존스풍 알앤비팝, 허비 행콕풍 펑크재즈(funk jazz)의 영향력까지 느껴지는 실로 다양한 스타일의 건반 연주를 신들린 듯(마치 약이라도 단단히 빤 것처럼)이 선보이는데, 여기에 노르웨이 출신답게 북유럽풍 스페이스디스코(space disco) 느낌이 잔뜩 베어있는 몽환적인 신씨사이저 터치까지 디스코 무드와 함께 적시적소에 가미함으로써 비로소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메이드 바이 토드 테리에 (Made by Todd Terje)' 신쓰 디스코 사운드를 이 앨범 안에서 독창적으로 정립하기에 이른다. 이 앨범의 또다른 매력은, 통속 음악의 최고봉 장르인 디스코와 하우스를 동시에 건드리면서도 '진지함('고상함' 혹은 '엘리티즘')'과 '유치함'을 조합하는 황금비율을 찾아내어 '진지하게 감상하는 재미'와 '생각없이 흔드는 재미'를 동시에 극대화시켜냈다는 점이다. 가령 다펑(DAFT PUNK)의 최신작 [Random Access Memories (2013)]을 예로 들어보자. [Random...] 역시 70년대 디스코 시대와 모로더에 관한 오마쥬 의도가 역력한 작품이지만, '오마쥬'라는 진지함의 무게에 압도되어 다펑음악과 디스코음악 특유의 '유치한' 펑키 그루브가 다소 둔감해진 듯한 느낌이 컸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오마쥬'의 진중함과 북유럽 프로덕션의 섬세함을 내세우면서도 디스코의 유치찬란 신쓰 텍스쳐와 하우스의 펑키한 비트 그루브까지 공존시켜내는 데에도 성공한 [It's Album Time]은 분명 [Random...] 이상의 평가를 받아도 무리가 없는 업적을 세운 것이리라.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동년배 스페이스디스코 마술사 린드스르럼(Lindstrøm)이 [Where You Go I Go Too (2008)] 시절 내세웠던 '진지함' 일변도의 하우스+디스코 스타일과도 분명 차별화된 노선을 보여주는 [It's Album Time]은, 일렉이나 디스코에 알러지 있는 리스너들도 손쉽게 즐길만한 '유치한' 감칠맛이 일렉 작가주의풍 냉철+정교한 손맛과 아주 자연스럽게 교배되어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독창적 디스코 앨범이다.                


[Ruins] (풀 앨범)
04
GROUPER
RUINS
(kranky
)
[Ruins]를 처음 감상하고서, [A | A (2011)]를 리뷰할 당시 쏟아냈던 찬사들이 과연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시간이 필자에겐 필요했다. 일단 [A | A]에서 핵심 사항이었던 기타 플레이가 [Ruins]에서는 사라지고 대신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있어 가장 흔한 도구인 '건반'이 메인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가장 예기치않게 다가왔다. 게다가 로파이 공정과 테잎 잡음 등으로 조성된 스모그성 기운들을 말끔하게 걷어내고(물론 11분 클로저 "Made of Air"만큼은 [A I A]의 스모그와 비슷한 형태의 그레이톤 아름다움을 재현해주지만) 리즈 해리스 자신의 숨소리와 건반의 타건 촉감까지 모두 들려질만큼 정밀하고 예민한 음향 매커니즘을 강조하였으니, [Ruins]의 올바른 리뷰를 위해서는 [A | A]가 표방했던 메리트들을 모두 접어두고서 '신보 대하듯' [Ruins]에 접근해야 할 필요도 조금 있었다. [Ruins]은 한마디로 말해 '보컬과 피아노를 위한 미니멀리즘 앙상블' 형태의 작품에 가깝다. 인간 목소리 본연의 텍스쳐를 순수하게 이용하여 단아함을 극대화한 [Ruins] 속 리즈 해리스 보컬의 형태는 줄리애나 바윅(Julianna Barwick)같은 일련의 이펙터 과잉 아방가르드팝 보컬과 절대적인 분별성을 띄는데, 그러면서도 [Dragging a Dead Deer Up a Hill (2008)] 앨범 시절의 촉촉한 포크성 감촉과도 다소 다른 역대급의 '무미건조함'을 동시에 띄고 있다는 게 본작의 궁극적 함정이자 핵심적 아이덴티티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리즈 해리스는 단아하지만 무미건조한 보컬을 통해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초월한 모호함을 [Ruins]에서 추구하려 했던 것 같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空의 개념처럼, 감(수)성이 '있음'과 '없음'의 양변적/한정적 차원을 돌파, 혹은 초월하려는 듯한 그런 0의 황량함이라고나 할까. 여기엔 포크적 감성이고 기쁨이고 슬픔이고 우울함이고 지랄이고 아무 것도 존재치 않는다. 그저 GROUPER식 초월적 허무만이 그녀의 보컬 안에 묵묵히 담겨 있을 뿐. 따라서 리스너가 이를 들으면서 어떤 심상을 얻게 될지는 아주 불분명하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황량함과 허무감이 넘실대는 그녀의 보컬을 듣고 모두들 이렇게 느낄 것이라는 확신. '아름답다!'  [A I A]에서 쏠쏠함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기타장비를 과감하게 내팽겨치고 꺼내든 건반의 연주 퀄리티는 또 어떤가. [Ruins]에서 가동되는 리즈 해리스식 피아노 플레이는 감수성과 통속성으로 대변되는 팝적인 느낌보다는 현대(컨템포러리)클래식처럼 극도로 절제되고도 차가운 선율을 들려주는데,  차가움/황량함과 더불어 아름다움이 이율배반적으로 전해지는 [Ruins]식 피아노 아이러니는 존 애덤스(John Adams)의 미니멀리즘 피아노 소나타폴 블레이(Paul Bley)의 재즈 피아노 정도에서나 겨우 느낄 수 있을 법한 美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이곳에서 컴필레이션 [The Man Who Died in His Boat]을 소개하면서 GROUPER의 이전 음악들을 '허무주의적 서정성'으로 정의내린 바 있다. 고로 이번 [Ruins]의 특징인 '空'과 '아름다움'을 각각 '허무주의'와 '서정성'으로 등식화한다면, '기타+혼탁함'에서 '피아노+순결함'으로 급격히 갈아탄 [Ruins]의 '뜬금없는' 어프로치에도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A | A]로 작가주의를 선언한 리즈 해리스의 음악이 더이상 장르(genre)와 도구(medium)로 카테고리화될 수 없음을 일깨우려는 듯, [Ruins]는 방법론상으로 전작들과 극단적으로 다르면서도 결국 아이덴티티상으로 전작들과 완벽하게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 따라서  '황량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리스너에게 풍요롭게 전달되는 이번 [Ruins] 앨범 역시 GROUPER 팬들에게 커다란 만족을 변함없이 안겨줄 것으로 확신한다.


[St. Vincent] (풀 앨범)
03
ST. VINCENT
ST. VINCENT
(loma vista
)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리스트도 세 명의 여성분이 Top 5를 장식하셨는데, GROUPER와 함께 ST. VINCENT 역시 2011년에 이어 연속으로 Top 5 권에 안착하셨으니...... 이 두 명의 인물은 분명 2010년대 미국 인디 음악계 최고의 수확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여신급 인물들이니, '여성 뮤지션들만 편애하는 곳'이라 하시는 분들도 이들만큼은 인정을 하고서 이곳을 씹어주시길 바란다...
2011년 [Strange Mercy]를 통해 아트팝(art pop) 혹은 아방가르드팝(avant-garde pop)의 최강자로 등극했던 뮤즈(muse) 애니 클락(Annie Clark). 1집 [Marry Me (2007)], 2집 [Actor (2009)], 3집 [Strange Mercy]을 거치며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치의 후퇴 없이 꾸준히 키워오던 그녀에게 데이빗 번(David Byrne)과의 [Love This Giant (2012)] 콜라보레이션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를 낳으며 ST. VINCENT 디스코그래피 역사상 처음으로 실패의 쓴맛을 맛보게 했다. 데이빗 번은 누구이던가. 오늘날 아트팝/아트록의 원조격인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결성 주역으로서 현세에서도 무한한 존경을 받고 있는 살아있는 신화가 아니던가. 그래선지 미디어조차 '아트팝 드림팀'으로 떠받드는 등 이 콜라보 앨범을 두고 온갖 요란을 떨었으며, 자신의 영웅과 함께 앨범을 낸다는 사실에 한껏 들떠있었던 애니 클락 역시 걸작을 만들어보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테다. 하지만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근본적으로 데이빗 번은 21세기 인디음악계에서 그야말로 퇴 to the 물, 즉 그럴싸한 음악적 성과를 근래 들어 딱히 올리지 못하고 그저 옛 명성만으로 존재감을 만끽하는 인물 아니던가. 그의 조잡하면서도 샌님같은 팝센스와 고릿적 프로덕션 스타일은 한창 핫(hot)하고 힙(hip)하게 치솟는 여장부 애니 클락의 프로덕션 스타일과 앨범 여기저기에서 충돌했으며 전체적으로 [Strange Mercy] 특유의 상큼하게 생동하는 기운과 거침없이 질러대는 에너지는 실종되고 데이빗 번 특유의 답답하고 이질적인 팝선율만이 시종일관 리스너의 귓가에서 산만하게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데이빗 번의 '후배 죽이기'는 앨범 재킷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유명한 "She's Mad"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자기 얼굴을 장난치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정작 이 콜라보 앨범 재킷에서는 자기 얼굴은 멀쩡히 놔두고 왜 애니 클락의 얼굴만 추하게 짜부라뜨린 건지? 일종의 벌칙게임이나 다름없었던 [Love This Giant]의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되찾아가고자 한 컴백작이 바로 이 작품 [St. Vincent]인 것이다. 앨범 타이틀을 다시 한번 보라. 데뷔작에나 나올 법한 셀프타이틀을 바로 이번 네번째 앨범에서 들고 나왔다는 것부터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이미 자신에겐 데이빗 번 같은 노땅 레전드들의 꼰대스런 조언 없이도 이들을 뛰어넘을만한 파워와 아이디어로 충만하다는 것을 마치 과시라도 하듯, [St. Vincent]에는 전작 [Strange Mercy]에서 그녀가 뽐냈던 송라이팅, 보컬, 악기 연주 능력 등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물론 데이빗 번이 토킹 헤즈 시절부터 보여줬던 엽기스런 팝 위트(특히 장난스런 보컬 라인과 DEVO풍 키보드라인)와 데이빗 보위가 90년대 중반에 보여줬던 메틀스러운 기타팝 파워의 영향력은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한 듯 하지만, 애니 클락 특유의 기타 사운드와 더불어 다양한 억양들이 혼재된 건반 리프들의 비중을 전작보다 더 높임으로써 데이빗 번이나 데이빗 보위 음악에서 절대 찾을 수 없을 고상한 위트와 정갈한 파워가 탑재된 세인트 빈센트풍 팝 감수성과 아이덴티티를 이번 앨범에서 구현하게 된 것이다. 데이빗 번와 데이빗 보위의 업적이라면, 과히 정상적이지 않은 루트의 음악으로 팝의 최고봉에 올랐기 때문이 아닌가. [St. Vincent] 역시 그렇다. 수록곡 중 남녀노소 모두 공감하고 즐길만한 싱글곡 감을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앨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인트 빈센트'라는 패키지만으로도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싱글히트곡 하나 없이도 팝의 여왕에 등극할 수 있는 현존 유일의 캐릭터가 그녀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작품이 바로 본작이다.


"The Charade"
02
D'ANGELO 
BLACK MESSIAH
(rca)
네오소울(neo-soul) 간판 보컬리스트이자, 여러 악기들을 다루는 만능재주꾼 디안젤로(D’Angelo)의 3번째 정규앨범 [Black Messiah]가 2014년 12월 15일에 RCA 레코드를 통해 발매되었다. 연말의 완전 끝자락에 튀어나온 본작은, 12월초에 일찌감치 업무를 끝내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준비하는 미국인들의 스케줄 때문에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미국 미디어로부터 2014년 연말 리스트에서 누락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뒷북과 게으름으로 따지자면 천하제일인 이곳 리스트에서는 운좋게도 얻어걸린 앨범이다. 1995년 데뷔작 [Brown Sugar]로 혜성같이 등장, 2000년에 또하나의 명반 [Voodoo]로 '완벽에 가깝다'는 대호평을 받은 후, 실로 오랜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안젤로횽. 14년의 공백 기간 동안 그는 참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부두' 앨범 활동 당시, 음악보다 얼굴과 몸매에 슬슬 집중 조명이 되기 시작, 그의 엄청난 음악보다 그저 섹스심벌로서 자리매김이 되어가면서 명품 음악가로서의 명성이 대중들에게 서서히 잊혀져 갔다. 게다가 친한 친구의 자살로 인하여 충격을 받은 후 알콜 중독에 빠져 불법 성매매, 음주 운전, 대마초 소지, 약물 남용 등 그야말로 불안 가득한 행보들을 연이어 보이며 팬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특히 그가 앨범 자켓에서 한껏 자랑하던 근육질 몸매까지 마치 호로록하면서 변해버렸기에, '이제 그의 음악 뿐만 아니라, 또 한 명의 아티스트를 아쉽게 잃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점점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안젤로횽은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J-Dilla, Common, Snoop Dogg, Q-Tip 등 코드 맞는 걸출한 힙합 아티스트들을 피쳐링하며 '힙합에 여자보컬로 Mary J. Blige가 있다면 남자보컬로는 바로 디엔젤로가 있다'는 듯 공백기(?)에도 특유의 맛깔난 보컬을 종종 들려주었으며, 또한 독학으로 기타 연주도 배우면서 암울한 시간을 스스로 천천히 극복해 왔던 것. 사실 그는 2002년 이후부터, 마치 프린스(Prince)횽이 그리 하였던 것처럼, 원맨밴드 스타일로 자신이 모든 악기의 레코딩을 커버하려는 노력을 내심 기울여 왔었다(그런 의미에서 프린스횽과 같은 중부 funk 사운드를 가미한 3번트랙 "The Charade"이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한두 곡씩 쌓아가며 완성된 '원기옥' 같은 앨범이 바로 이번 '블랙메시아'인 것이다. 2007년, 더 루츠(The Roots)의 드러머 Questlove가 호주의 Triple J 라디오방송에서 디 안젤로의 당시 무제곡이었던 느긋+말랑한 느낌의 5번트랙 "Really Love"를 슬쩍 방출(?)하며 안젤로횽의 등장을 암시하였고, 강렬한 메세지 전달과 함께 funky한 드럼 리듬을 들려주는 2번트랙 "1000 Deaths" 역시 잠깐 유투브에서 유출되었으나 엔젤로횽이 자신의 본명인 'Michael Archer'로 소송을 걸어서 바로 삭제한 헤프님 또한 벌어졌다. 이후, 퀘스트러브가 2011년도 피치포크 인터뷰를 통해 "디안젤로의 앨범이 97%가 완성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앨범은 마치 60년대 유명 서프록(surf rock) 밴드 The Beach Boys의 [Smile] 앨범 같으면서도, 펑크(funk) 밴드 Sly and the Family Stone의 [There’s a Riot Goin’ On]에서부터 재즈(jazz) 명인 Miles Davis의 [On the Corner]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당시 최고 앨범들의 요소들을 아우르는 대박 명반이 나올 것 같다"며 엄청난 칭송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문제의 작품이 드디어 나오게 되었고, 과연 소울의 거장 디안젤로와, 드러머 Chris Dave, 베이시스트 Pino Palladino, 기타리스트 Jesse Johnson 등의 실력파 뮤지션들로 구성된 그의 밴드 The Vanguard가 혼연일치가 되어 여유롭게 뿜어내는 '블랙메시아' 사운드는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모든 2014 연말 리스트들을 셧아웃시킬 수 있었을 법한 최강 레벨의 디테일, 톤, 리듬, 보컬, 팝센스를 앨범 내내 과시하는 모습이다. 즉 이번 [Black Messiah] 앨범을 통해 14년만에 이뤄진 그의 재등장은, 마치 죽어지내다가 부활한 듯이 등장한 자신, 즉 '블랙메시아'에 걸맞게 장르의 벽을 뛰어넘어 모든 이들이 감탄하고 경배하기에 충분한 존재감인 것이다. [Black Messiah]은 시종일관 The Vanguard 밴드와 함께 했기에 명목상으론 엔젤로횽의 원맨 앨범으로 절대 볼 순 없다. 그렇지만 14년 동안 응축되었던 그 엄청난 음악적 안목과 경륜을 리더/송라이터/프로듀서로서 폭발시켜내는 강도는 '원맨'이라는 단어자체를 무색하게 할만큼 어마어마한 것이니, 어찌 이 앨범을 '원맨'이 아니라하여 조금이라도 깎아내릴 수가 있단 말인가.


"two weeks"
01
FKA TWIGS
LP1
(young turks
)
어느 순간 영국, 아니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셀럽이 되어버린 FKA Twigs의 탈리아 바넷(Tahliah Debrett Barnett). 음악 퀄리티는 별개로 'FKA Twigs'는 모든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큼 대중음악계에 '파장' 내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프로젝트감은 절대 아니었으니(인디의 한계), 도대체 그녀가 모든 영-미 엔터테인먼트 찌라시에 수시로 얼굴을 들이내밀게 된 연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연예뉴스를 그다지 꼼꼼하게 챙겨보지 않는 필자는 창피하게도 그 이유를 최근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로버트 패틴슨♥fka 트위그스 올 여름에 결혼"

이런. 로버트 패틴슨이라면, 아이돌 호러 영화 '트와일라잇'을 통해 여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 배우가 아닌가. 과거 그와 로맨스 스멜을 오랫동안 솔솔 풍겼던 '청순미인', '발렌시아가 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비교하자면 전혀 미인형이 아닌 분이신데(오히려 '마녀'에 가까운 얼굴형) 어떤 흑마술을 부렸길래 
이 시대 최고의 미남(이라고 한다) 배우를 유혹하여 약혼에 이어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된 것일까. 패틴슨을 완전히 가져버린 '악녀' 탈리아 바넷의 승승장구에 배알이 꼴린 여성은 그의 팬들뿐만이 아니다. 차가운 지성미가 매력적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까지 탈리아 바넷을 'Famewhore'('대중적 인기과 명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할 수 있을 자존감 바닥의 인물'을 칭하는 속어)라고까지 비하하며 분통을 터트릴 정도이니...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필자처럼 '음악'이라는 개념에 방점을 두고 사는 사람(<음덕)들 중 상당수는 탈리아 버넷이란 인물에 대한 평이 너무도(?) 후한 편인 나머지, '탈리아가 아깝다'라는, 보통사람들에겐 다소 넌센스처럼 들릴 멘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성적인 매력까지는 모르겠으나(필자의 솔직한 심정) 적어도 '탈리아 바넷' 혹은 'FKA Twigs'이란 예술인의 인간적인 매력만을 따지자면 아마 현 예술계를 통들어 가장 핫한 위치에 올라있는 인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 나름의 주목을 받았던 두 장의 EP 앨범([EP 1 (2012)], [EP 2 (2013)])에서 솔로이스트로 거듭나기를 단단히 준비했던 그녀. 특히 보컬에서부터, 악기연주, 프로덕션까지 모두 혼자의 힘('Tic'이란 무명 인물의 제한적 보조를 받았다고는 하지만)으로 최고 완성도의 EP 앨범을 만들어냈던 셀프릴리즈 [EP 1]에서 그녀의 자립심, 독립심은 이미 검증을 확실히 받았다. 게다가 무명의 필름메이커와 CG 아티스트를 꼬드겨(?) 메인스트림의 그것 못지 않은 고품격의 셀프릴리즈 뮤직비디오를 양산해내 유튜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 역시 신인답지 않은 비범함을 보였으니... 메이져 제작사들에 의해 음악뿐만 아니라 아이덴티티마저 좌지우지되는 가련한 바비인형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일찌감치 보여줬던 그녀였기에, The xx, SBTRKT 같은 영국산 변종 아티스트들을 양산한 Young Turks 레이블과 랑데뷰를 이룬 이번 데뷔 풀렝쓰 [LP 1]의 특급 홈런포는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바이기도 했다. [LP 1]은 공식적으론 '알앤비'를 기반하고 있는 작품이긴 하다. 따라서 흑인음악계에서는 섹시하면서도 여신적인 매력으로 가득찬 Twigs 음악을 90년대 후반 알리야(Alliyah)풍 미니멀리즘 알앤비와 자주 비교하곤 하는데, 여기서 '흑인음악'이란 프레임을 걷어낸다면 '알리야'와 '알앤비'로 단순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다양한 요소들이 
[LP 1]에 혼재함을 우린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크하면서도 몽환적인 템포에서는 트리키(Tricky), 포티쉐드(Portishead) 같은 영국 브리스톨 트립합의 느낌이 강하게 배어있으며, 신비로우면서도 안티팝적인 멜로디 센스에서는 뷰욕(Bjork)의 아방가르드팝 영향력도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상큼하고 앙증맞게, 때로는 괘팍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기복이 심하게 투영된 듯한 미니멀리즘 비트메이킹 스타일에서는 트렌디한 변종 힙합, 즉 클램스 카지노(Clams Casino)발람 아캅(Balam Akab) 등의 클라우드랩(cloud rap)/트릴웨이브(trillwave) 스타일, 혹은 서브트랙트(SBTRKT)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등의 포스트덥스텦(post-dubstep) 스타일을 떠올리기까지 한다. 즉 소울풀(정통 알앤비)한 아름다움과 엣지(트렌드)있는 퓨전 어프로치를 동시에 보유한 앨범이 바로 본작인 것. 이렇듯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혼용되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의 최종 아웃풋은 중구난방이 아닌 유일무이 'Twigs 사운드'의 일관성 그 자체인데, [LP 1]의 프로듀싱 완성도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위켄(Weeknd),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등 現 네오소울/얼터너티브알앤비 계열 남성 대표주자들의 앨범들과 경합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데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여신급' 카리스마의 농도는 그중 가히 으뜸일 것이다(비슷한 캐릭터를 지닌 자넬 모네의 ['The ArchAndroid (2010)] 데뷔 당시와 비교해봐도 카리스마 파워와 음악적 아이덴티티, 프로덕션적인 독립성은 Twigs의 [LP 1]가 분명 우월한 위치에 있다). [LP 1]에 담긴 신쓰 중심 배경사운드는 결코 복잡하지 않고 비트메이킹도 난해한 수준이 아닌데, 이러한 스타일에 맞춰 아스트랄하면서도 감수성 충만한 사운드스케잎을 구성지게 연출해내는 절제미와 센스는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 앨범의 에이스 트랙 "Video Girl"을 일단 들어보라.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간결한 비트 박동 소리가 탈리아 바넷의 순수감성 터지는 팔세토 보컬과 물아일체되면서 연출되는 소박+럭셔리한 몽환적 알앤비 무드는 이 업계(?)에서도 결코 흔치않은 장관이지 않은가. 간소하지만 꼼꼼하게 짜여진 불규칙 비트 패턴이 이채로운 클로저 "Kicks"에서는 다채로운 억양의 신쓰 레이어들이 고급진 때깔을 드러내며 탈리아 바넷의 간드러진 섹시 보컬을 아름답게 써포트하는 반면, 심장박동의 미세한 떨림과 함께 그녀의 예민한 소녀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슬로템포 비트가 인상적인  "Two Weeks"에서는 사운드를 리딩하는 소스(source)로써 생뚱맞게도 렉스 루거(Lex Luger)풍 싼마이 힙합 신쓰리프가 대담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어떤 특정한 규칙이나 패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단 한 개만의 비트/신쓰 레이어로도 자신의 섹시미, 감수성, 그리고 여신적 아름다움 등을 엣지있게 연출할 줄 아는 탈리아 바넷의 음악은 그 어떤 거장들의 앨범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강력한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

'LIS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Top 30 Albums of 2014: #10 - #6  (4) 2015.03.11
The Top 30 Albums of 2014: #15 - #11  (6) 2015.02.21
The Top 30 Albums of 2014: #20 - #16  (1) 2015.02.12
The Top 30 Albums of 2014: #25 - #21  (5) 2015.01.27
The Top 30 Albums of 2014: #30 - #26  (5)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