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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KVELERTAK: Meir (2013)



[Meir] (full album)

작년 [All We Love We Leave Behind]로 메틀계를 평정했던 미국 메사츄세츠 출신 4인조 퓨전메틀 밴드 CONVERGE의 기타리스트 커트 볼루(Kurt Ballou)는 메틀계의 거물 프로듀서로서 모던메틀 음악에 세련된 스타일을 부여하여 이를 제도권('메인스트림'을 말하는 것은 아님)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곳에서도 '2012년 앨범 리스트'에서 CONVERGE의 [All We Love We Leave Behind]와 BLACK BREATH의 [Sentenced to Life]를 소개하면서 프로듀서 커트 볼루의 활약상을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는 데뷔 시절부터 서포트 해주고 있는 또다른 밴드 KVELERTAK이 올해 초 발표한 새앨범 [Meir]를 통해 메틀 음악에 관해 자신만이 지닌 세련된 프로듀싱 능력의 진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자 한다.        

노르웨이 스타방어(Stavanger) 출신의 6인조 잡종 메틀 밴드 KVELERTAK은 프로듀서 커트 볼루에게 있어서 또다른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동안 프로듀서로서 그의 역할은 주로 CONVERGE와 BLACK BREATH 등의 하드코어 메틀 밴드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녹슨 이음새(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메틀과 하드코어의 '구닥다리' 스러운 땟물)를 새로운 티타늄 재질의 것으로 바꿔주는 '하드코어 메틀 조력자' 정도의 것이었다. 하지만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Kvelertak (2010)]부터 그가 KVERLERTAK을 위해 수행중인 임무는 '훈제 연어'와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르웨이 전통 특산물 '노르웨이 블랙메틀' (그만의 독특한 광기와 흑마술은 타국 밴드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다)을 힙스터풍 로큰롤로 재해석하는 것. 물론 LITURGY의 [Aesthethica (2011)]나 KRALLICE의 [Dimensional Bleedthrough (2009)] 등 인디 힙스터(-.-) 취향의 뉴욕/브루클린 메틀 앨범들에서 우린 블랙메틀에 관한 실험적 어프로치를 이미 아주 찐하게 목격한 바 있지만, 트레몰로 피킹이라는 하나의 공격라인만을 고집하는 느낌이 다소 강했던(그렇다고 음악성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LITURGY와 KRALLICE에 비해 KVELERTAK같은 경우 WINDIR, SATYRICON 같은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틀풍 트레몰로 피킹을 장착하면서도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쥬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메가데쓰(MEGADETH) 스타일의 정통 헤비메틀 트윈기타 앙상블과 로큰롤, 하드코어, 펑크, 하드록, 쓰래쉬메틀 등 다양한 하위 장르 기타리프/리듬/템포들을 적절히 혼용하여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인 (그러면서도 일률적으로 '귀에 착착 감기는') 퓨전 메틀 음악을 선보인다.

로큰롤과 헤비메틀을 믹스시킨 노르웨이/북유럽 출신 밴드는 예전부터 메틀 씬에서 꾸준히 등장했었다. 그중 '메탈펑크(metalpunk) 밴드'로 자칭하며 펑크/로큰롤에 하드록/헤비메틀을 상업적으로 짬뽕시켜 2000년대 초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TURBONEGRO가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바 있다(특히 과거 킹 다이아몬드같은 메이크업을 하고서 대중 앞에 섰던 리드보컬리스트 행크 폰 헬베테의 카리스마가 유독 튀었었다). 그러나 TURBONEGRO가 메틀적인 요소보다 얼트적인 클린 보컬과 펑크적인 그루브가 우선시된 '얄팍한' 음악을 구사했던 반면 KVELERTAK은 퓨전 밴드이면서도 메틀 음악 본연의 금속성과 강인함을 중시하고자 메틀적인 테크닉, 파워, (밴드 악기) 하모니를 제대로 구사해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개성과 가치가 훨씬 더 부각되고 있다.

'블래큰롤(Black N' Roll) 밴드' 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블랙메틀/헤비메틀적인 '기본' 위에 로큰롤과 펑크의 기운을 아주 자연스럽게 불어넣는 재주를 지닌 KVELERTAK는 애매모호한 스타일이 난무하며 다소 산만하게 흐르고 있는 현 헤비메틀계에서 타의 모범이 될 만한 기량과 개성을 갖춘 밴드일 것이다. '거장' 커트 볼루를 파트너로 포섭한 데뷔 앨범 [Kvelertak] 때부터 제도권에 통할만한 융통성과 세련미를 탑재하며 인디록 씬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들였던 이들은, 커트 볼루와의 재협연이 펼쳐진 신보 [Meir]에서 KVELERTAK 사운드의 궁극적 지향점인 로큰롤, 펑크, 하드코어, 헤비메틀, 블랙메틀 등이 포괄적으로 결합된 '퓨전 메틀'의 트렌드화를 비로소 완벽하게 구현해내고야 만다. 

[Meir]은 '퓨전', '결합', '믹스' 의 자연스러움이 아주 탁월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하드/헤비한 기타 리프와 샤우팅/스크리밍 위주의 거친 보컬라인, 그리고 블랙메틀적인 공격적 뉘앙스 등이 난무하는 가운데에도 흥겹고 신나는 로큰롤의 맛을 제대로 내주는 점은 KVELERTAK만이 지닌 최고의 장기일 것이다(DIO초기 DEF LEPPARD풍으로 80년대 헤비로큰롤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Kvelertak""Undertro"가 들을 만하다). 또한 하드코어(+펑크) 스타일의 보컬('오이!' 와 비슷한 보컬 추임새까지 등장)/그루브, 그리고 노르웨이 블랙메틀 스타일의 스크리밍/트레몰로피킹이 스무쓰하게 교차 등장하는 "Apenbaring", “Spring Fra Livet”, “Trepan”“Nekrokosmos” 등의 곡들 역시 일품인데, 특히 트랙의 중간중간에 등장하여 드라마틱하면서도 신명나게 사운드를 리드하는 정통 헤비메틀 트윈 기타 멜로디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드코어-블랙메틀의 카오스 속에서도 리스너의 귀를 손쉽게 사로잡는다(특히 아이언 메이든의 환영이 느껴지는 "Trepan"의 중반부 기타 하모니를 들어보라). 캐취감이라고 한다면 싱글커트되었던 “Bruane Brenn” 역시 빼놓을 수가 없는데, 노르웨이 블랙메틀보다는 스웨덴 멜로딕데쓰처럼 시원하게 다그치는 보컬라인과 오이/스트리트 펑크 로큰롤의 흥겨움을 선사하는 떼창코러스가 아이언 메이든풍 헤비메틀 리듬, 하드코어펑크식 그루브와 어우러져 KVELERTAK다운 퓨전 밴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명곡이다.   

일반 정통 메틀 매니어와 신종 뉴메틀/메틀코어 팬들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호환성(compatible)'을 훌륭하게 갖춘 [Meir]는, 노르웨이어로 모든 곡이 불리워지고 블랙메틀이라는 '유독성 성분'까지 첨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 커트 볼루의 탁월한 음악적 안목에 의해 세련된 퓨전 사운드로 재생산된 메틀 수작이다. 시종일관 간결/깔끔한 파워와 그루브를 뒷끝 없이 폭발하면서도 '힙스터 메틀 앨범' 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일반 인디록 음악층에서도 충분히 어필될만한 트렌드적 면모까지 메틀앨범답지 않게 더불어 과시하니, 앞서 언급했던 CONVERGE류의 활력과 에너지 충만한 변칙적 메틀 음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변종메틀 앨범일 것이다.


RATING: 81/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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