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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2: #25 - #21




"satay muso"
25
KARANTAMBA
Ndigal
(teranga beat)
70년대 초 아프리카 최고의 록(?)스타 펠라 쿠티(Fela Kuti)가 유럽시장을 겨냥, 피진 영어(Pidgin English)를 사용하여 음반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수많은 음악 거장들이 서방세계에 차례로 진출하며 세계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겨왔다. 나이지리아, 말리, 가나, 세네갈로 이어지는 '빅 4' 서부 아프리카 음악을 비롯, 코트디부아르, 기니, 콩고공화국 출신의 실력파 서부 아프리카 뮤지션들이 오늘날에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의 월드뮤직 레이블을 통해 활발한 음반 발표를 해오고 있는 가운데 인구 150만의 소국 감비아 역시 '감비아판 펠라 쿠티' 포데이 무사 수소(필립 글래스, 허비 행콕, 잭 디조넷, 크로노스 쿼텟 등 어마어마한 음악가들과의 협연으로 70년대부터 유명세를 탔었다)를 비롯,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꾸준히 배출하며 소국 이상의 음악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형적 위치상 세네갈 음악과 상당히 유사하고 말리와의 인종적(만딩고족) 유사점 때문에 말리 음악의 코라-그리오 장르까지 서로 공유하는데, 여기에 그들만의 토속적인 구전음악 스타일까지 더불어 잘 간직하고 있는 감비아 음악은 세네갈-말리 음악과 차별화된 그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서방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천재 기타리스트 바이 잔하(Bai Janha)는 서부아프리카 음악, 특히 감비아 음악을 논할 때 절대 빠져선 안될 인물로서, 월드뮤직 애호가들은 익히 들어봄직한 SUPER EAGLES, IFANG BONDI 등 감비아산 슈퍼 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서구음악계에서 명성을 얻기 전인 1984년, 자신이 지도하던 감비아 출신 신예 뮤지션들과 함께 'KARANTAMBA'라는 콜라보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들이 앨범발매를 목적으로 세네갈의 한 클럽에서 녹음한 연주 테잎은 결국 음반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비운을 맛보게 된다(따라서 오래전부터 월드뮤직 애호가들로부터 관심의 표적이 되었던 미공개 음원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그리스 출신 월드뮤직 매니아를 사장으로 둔 세네갈 레이블 Teranga Beat에 의해 그 문제의 미공개 음원이 발굴되어 'Ndigal' 이란 이름으로 무려 28년만에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 [Ndigal]은 오늘날 뉴욕 인디록/신쓰팝과 UK 개러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아프로풍 드럼 비트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터프하면서도 원초적인 100% 오리지널 아프로 드럼/퍼커션 비트들이 실로 다양하고 예측불가한 패턴에 의해 논스톱으로 연주되는 고퀄 트랙들로 꽉 차 있는 앨범이다. 삼바-룸바-블루스-재즈-로큰롤 등의 서구 멜로디들을 키취스럽게 적당히 믹스시켜 아프로 스타일로 훌륭하게 재해석한 바이 잔하의 황홀경 싱글노트 기타 솔로 리프는 신명나게 두들겨지는 비트에 맞춰 이국적인 유일무이 기타 멜로디를 쉴새 없이 쏟아내며, 여기에 트럼펫, 색소폰 등의 관악기와 폐기처분 직전 음질의 오르간이 기타-퍼커션의 메인 프레임 안으로 수시로 치고 들어와 자아내는 사이드 추임새 역시 서구 재즈 명인들의 임프로바이제이션 부럽지 않은 타이밍과 하모니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떨' 없이는 뽑아낼 수 없을 것만 같은 '나른하면서도 흥겨운' 논스톱 사이키델릭 대향연이지만 '지휘자' 바이 잔하의 노련한 리딩/작곡 능력에 의해 그 어떤 7-80년대 아프로비트/아프리카팝 앨범들보다 견고한 스트럭쳐와 시퀀스를 지니고 있으니, 바로 이 앨범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진퉁 아프리카팝 앨범의 '유레카'가 아닌가!   


"(tonight) we burn like stars that never die"
24
HAMMOCK
Departure Songs
(hammock music)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2012년 최고의 포스트록 앨범'은 바로 이 앨범, [Departure Songs]일 것이다. 1시간 50분의 더블앨범 포맷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대작의 풍모. 그 긴 시간 동안 담담하게 연출되는 영화적 풍경들은 완벽한 스튜디오 작업과 연주 어레인징을 통해 가장 선명하고 깔끔하게 리스너의 귀를 무한 매혹시킨다. '미국 컨트리 뮤직의 고향' 미국 테네시주 네슈빌 출신의 베테랑 듀오 HAMMOCK은 자신들만이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앰비언트 무드를 이번 다섯번째 정규 앨범 [Departure Songs]에서 비로소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이다. 이들이 데뷔 시절부터 표방했던 '서사적/영화적 포스트록' 스타일의 캐릭터는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계보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초현실적인 환상과 일루젼에 의거한 사운드스케잎을 지향하는 시규어 로스와는 달리 HAMMOCK의 경우 광활한 초원과 맑은 대기 등 '깡촌' 테네시에서 현실적으로 접하게 되는 아름다운 전원적 풍경이 주는 감흥을 자신들의 음악적 영감으로 삼고 이를 뉴에이지적 심상에 의거하여 음악화한다(이런 점에서는 앞에서 소개했던 BALMORHEA의 스타일과 오히려 더 흡사하다). 사실 드론-딜레이-리버브 신쓰 음향에 의해 일률적으로 리드되었던 초-중기 HAMMOCK의 음악적 경향은 스트럭쳐 지향적인 포스트'록'보다 텍스쳐 지향적인 순수 앰비언트/드론 장르에 더 흡사한 면모를 보였었다. 하지만 꿈쩍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HAMMOCK의 단선적 앰비언트 스타일링은, 후방으로 멀찌감치 빼 두었던 드럼, 보컬, 기타 레이어들을 조금 더 앞쪽으로 끌어온 4집 [Chasing After Shadows... Living with the Ghosts (2010)]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2년, 마침내 이들은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순결톤 에코딜레이/리버브 앰비언트 사운드에 다이내믹한 강약조절과 밀도감 있는 레이어 어레인지가 더해진 최상급 앰비언트 포스트록 앨범 [Departure Songs]를 완성해낸 것이다.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시종일관 유지하지만 한켠에서는 항상 긴장감과 드라마가 도사리는 듯한 사운드스케잎. 게다가 예전부터 고집스럽게 고수했던 HAMMOCK식 미니멀리즘 프로듀싱(멀티레이어 수법으로 웅장함/카오스를 연출하는 것보다 악기 하나하나의 선율을 최적화하는 시규어 로스식 미니멀 수법을 언제나 선호함)이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어 이번 앨범의 쾌적한 사운딩과 깔끔한 입체성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이다. 


"kindred"
23
BURIAL
Kindred EP
(hyperdub)


"cooking up something good"
22
MAC DEMARCO
2
(captured tracks)
캐나다 출신의 재기발랄한 21세 청년 마크 디마르코(Mac DeMarco)가 자신의 로컬 밴드 MAKEOUT VIDEOTAPE 해체 후 만든 DIY 솔로 데모테잎은 BEACH FOSSILS, DIIV, WILD NOTHING 등 훌륭한 인디 밴드들을 거느린 뉴욕 브루클린 신흥 기타팝 레이블 Captured Tracks의 관심을 끌게 되고, 앨범 발매에 관해 그들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집에 짱박아둔 4트랙 레코더와 고물 기타, 짝퉁 Boss 꾹꾹이 이펙터를 다시 끄집어 내어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변태 로큰롤 사운드가 담긴 로파이 독집 앨범 [Rock and Roll Night Club]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변태 로큰롤 앨범에서 그가 능글맞게 들이대는 엘비스 프레슬리 혼성모방(pastiche) 기법은 작년 이곳에서 방방 띄워줬던 DIRTY BEACHES의 로파이 걸작 [Badlands]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었는데(우연의 일치인지 두 명 모두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거주/활동중), 여기에 데이빗 보위 등 70년대 글램로커들이 즐겨 내세우곤 했던 글래머러스한 허세간지를 첨가하여(여성스럽게 립스틱을 바르는 앨범 커버 속 디마르코의 야시시한 표정을 보라!) '몽상가' DIRTY BEACHES의 진지함과는 달리 퇴폐적이면서도 장난스러운 무드를 자아내는 로파이 엘비스 로큰롤을 구사했던 것. 그러나 [Rock and Roll Night Club]은 엘비스와 글램록을 키취스럽게 배배꼬는 장난끼(혹은 허세근성) 속에 숨겨진 디마르코의 보석같은 음악성이 로큰롤 프레임 안에서 훨씬 더 찬란하게 빛났던 작품이었다. 그의 음악적 독창성은 기타와 보컬 이 두 가지의 메인 유닛 모두에서 아주 강렬하게 번득였는데, 특히 변형된 튜닝에 의한 코드웍과 아르페지오 멜로디, 그리고 능글맞을 정도로 여유롭게 쓸어내리는 슬라이드 주법을 통해 컨트리와 로큰롤 주법을 제대로 '왜곡' 구사해내는 그의 기타 솜씨는 라이 쿠더(컨트리)와 마크 노플러(로큰롤)의 변태적 합성물을 듣는 듯 했다. 또한 엘비스+보위스럽게 불러제끼는 바리톤 음색의 보컬 녹음 테잎을 고의적으로 늘어뜨려 난잡한 튜닝에 의해 느슨하게 플레이되는 기타리프와 컬트적 하모니를 요상하게 연출해내는 방법 역시 '로큰롤 왜곡/키취화' 라는 앨범 테마에 아주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디마르코표' 아이디어였다. 1집에 이어 속전속결로 나온 두번째 앨범 [2]에서 디마르코는 1집에서 '로큰롤 왜곡'의 대의을 위해 '일시적으로' 차용한 허세간지를 툴툴 털어내고 순박하고 평범한 W.T. 컨셉으로 드라마틱한 신분세탁을 감행한다. 즉 1집에서의 허세가 단지 '21살스러운' 나르시시즘적 객기나 쇼맨쉽이 아닌 로큰롤 혼성기법에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된 장식 오브제 중의 한 부분이었음을 단박에 증명해보인 것. 보위(Bowie)스러운 퇴폐미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햇볕이 잘 드는 시골 초원에서 룰룰랄라 기타나 튕기는 컨트리보이 무드만이 물씬 풍겨난다고나 할까(앨범 커버에서 '빨간목'스러운 복장으로 해맑게 V자를 그려보이는 순박한 청년 디마르코의 촌놈 간지를 보라). 따라서 1집에서 구사됐던 리버브톤, 스피드 변조 등의 보컬 기믹들은 이번 앨범에서 당연히 제거되고 컨트리보이로서 구수하게 읊조려지는 컨트리/포크 보이스(이펙트 사용이 없는 그야말로 '생음')와 수수한 팝 감수성에만 의존하여 그의 어린 시절 기억과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그야말로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수준의 소소한 가삿말로써 묘사된다). 앨범 [2]가 가장 크게 선사하는 놀라움은 바로 디마르코가 가진 송라이팅 능력의 진면목이다. 네추럴본 포크록 싱어인양 그의 보컬 멜로디는 매 트랙마다 다르게 전개되는 억양, 템포, 코드와 함께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서 술술 튀어나오는데, 여기에 튜닝하지 않아 제멋대로의 음계를 소리내는 듯한 기타를 잡고도 코드웍, 아르페지오, 슬라이딩 기법이 자유자재로 첨가된 리버브톤 멜로디를 여유롭게 뽐내며("Robson Girl"을 들어보라) 보컬 라인과 괴상하면서도 환상적인 코드 하모니를 자아내는 기타웍은 마크 노플러의 테크닉(특히 "Freaking Out the Neighborhood"에서 전형적인 마크 노플러적 기타웍을 구사한다)뿐만 아니라 에릭 클랩튼("Tears in Heaven" 이후)의 멜로디 센스까지 겸비한 기타싱어송라이터 디마르코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해보이고도 남는 것이리다. 


"pink matter"
21
FRANK OCEAN
Channel Orange
(def jam)
작년 '뜨거운 감자' 혹은 '알앤비계의 혜성'처럼 지구를 달구러 나타났던 미국 뉴올리언즈 출신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Channel Orange]는 장르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음악 매체들로부터 '올해의 앨범' 리스트 후보에 등극되는 영광을 누린 앨범이다. 솔로로 직접 활동하기 이전부터 브랜디(Brandy),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존 레전드(John Legend) 등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고스트라이팅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던 '준비된 실력자' 프랭크 오션의 첫번째 스튜디오 앨범 [Channel Orange]는 제목만큼이나 음악들 역시 무언가 프랭크 오션만의 칼라풀한 느낌을 미묘하게 지니고 있는데, 그만큼 그가 이번 첫 작품에서 연출해내는 사운드 메이킹은 앨범커버의 '칼라풀한 느낌'처럼 아주 또렷한 개성과 아티스틱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얼리테이크(early take)로 먼저 등장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Thinking Bout You"는 이번 앨범 전체를 봐도 상당히 주목할만한 곡으로 들려진다. 신스 스트링 사운드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감미로우면서 애절함을 담고있는 그런 곡으로, 읊조리듯이 노래를 부르면서 감성을 뿜어내는 프랭크 오션의 보컬 컬러가 몽환적인 신스소리, 딜레이 진하게 걸린 스네어소리 등과 조화를 이루며 귀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정교한 퀄리티로 레이어링된 악기배경사운드에 맞춰 Rhode 소리로 추정되는 키보드소리가 한층 스윗하게 리드연주되는 "Sweet Life"는 제목 그대로 굉장히 달달한 재즈 느낌으로 감성코드를 자극하는 또하나의 명곡이며, 사이키델릭 록, 펑크(funk) 스타일의 활발한 드럼연주가 귓청을 자극하는 "Crack Rock"에서는 명상적인 삘과 감촉으로 연주되는 오르간소리가 리스너로 하여금 클래식한 심상 속으로 푹 젖어들게 만든다. 청년 프랭크 오션의 '골든걸'을 위한 노래 "Golden Girl"에서는 마치 해뜬날의 먹구름(?)처럼 'Odd Future 동료' Tyler the Creator가 깜짝등장,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양념을 뿌리며 풋풋하면서 따뜻한 느낌의 사랑노래를 마무리해주신다. 스티비원더횽풍의 키보드느낌부터 사이키델릭록, 블루스록, 펑크(funk)뮤직까지 앨범내에서 두루 느낄 수 있는 [Channel Orange]는, 대중들의 관심과 기억 속에서 점점 변형되어가는 정통 알앤비의 이미지를 대폭 들여오면서도 (그 심상치 않은 제목처럼)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칼라/느낌의 사운드와 프랭크만의 절절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소울/알앤비의 현대식 재해석에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메인스트림힙합씬과 인디힙합씬 모두에게 '클래식 알앤비 창작'에 관해 새로운 방법론과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