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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2: Honorable Mentions (part 3)


FLASHLIGHTS [I'm Not Alone]


"choking"
파트2에서 소개했던 ELVIS DEPRESSEDLY의 맷 카쓰런(Matt Cothran)처럼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의 DIY 팝펑크(pop punk) 밴드 FLASHLIGHTS 역시 밴드캠프(bandcamp)을 통해 독립적인 PR를 전개하면서 대중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이들은 올해 자신들의 밴드캠프 페이지를 통해 선보였던(물론 아마존, 아이튠스 등의 정규 루트들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풀렝쓰 데뷔 앨범 [I'm Not Alone]에서 90년대 인디록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미국산 DIY 기타팝 프레임에 신세대 힙스터 취향에 합당한 이모(emo) 스타일과 허무주의를 가미시켜 트렌디한 캐취감이 철철 넘쳐흐르는 인디 멜로딕펑크/기타팝 음악을 완성시켜낸다. 늘어지는 발라드 감상이 완전히 거세된 9개의 트랙 모두 로파이 DIY 기타팝의 '뭉개지는 듯한' 헐랭이 코드웍과 CHEAP TRICK, KNACK 식 클래식 파워팝의 억양분명한 하이피치 기타플레이가 공존하는데, 타이트하게 쏘아붙이지만 악의 없는 이모 펑크 애티튜드(ARCHERS OF LOAF)로 무장하고서 즐거운 하이피치 팝펑크 놀이를 하는(THE APPLES IN STEREO)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혹은 YO LA TENGO와 SUPERCHUNK의 중간 사이즈 음악 형태가 바로 FLASHLIGHTS가 지향하고자 하는 이상형이 아닐지. 밴드캠프에서 기생하는 밴드 출신답게 뭔가 해보고자 하는 순수한 패기와 에너지까지 맥시멈 레벨로 넘쳐나는(이 부분에서는 [Icky Mettle (1993)] 시절의 ARCHERS OF LOAF를 연상시킨다) 이 양질의 인디 팝펑크 앨범은, 비록 대다수 미디어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2012년과 함께 덤으로 잊혀지기엔 아까운 퀄리티로 빛나는 작품이다.
 
(*이 앨범은 2011년 10월에 밴드캠프를 통해 음원이 자체적으로 공개되었지만 2012년부터 소속 레코드사에서 정식 음원/CD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에 2012년 리스트 안에 포함시킨다)
V/A [G.O.O.D. Music: Cruel Summer]


"to the world"
G.O.O.D. Music 레이블의 왕초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왜 뜬금없이 Various Artist 컴필레이션 앨범을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담합대회하듯 레이블 소속 크루들을 모두 끌어모아 투입시킨(Q-Tip, Mos Def는 무슨 영문인지 참여하지 않았다) 이 앨범에서 '우리 왕초가 바로 바로 힙합의 왕이다!' 라는 식의 카니예 수령을 위한 프로파간다용으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뭐니뭐니해도 마음에 든다. 실제로 카니예는 앨범 12개의 수록곡 단(?) 7곡에서 아티스트로서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절제력을 발휘하며 레이블 부하들에게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게끔 앨범의 공간을 솔선수범 제공하는 아량을 배푼다. 덕분에 Kid Cudi가 유일하게 단독으로 괴상한 얼터너티브 스타일을 뽐내는 기회를 얻는 등 카니예의 지휘하에 G.O.O.D. Music의 모든 크루들이 골고루 활약해준 [Cruel Summer]는 Young Money 등 기존 대형 레이블들과의 파워게임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터트린 전략적 릴리즈 정도로 의미부여하는 것 이상의 좋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단 메인스트림 앨범답게 듣기에 부담 없고 잘 나가는 호화 프로듀서진의 활약 덕에 프로듀싱 사운드도 최신인데, 사운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메인 소스인 비트가 요즘 스타일에 알맞게 매 트랙마다 맛깔나게 작렬하면서 전체적으로 클럽과 라디오 모두에게 어울릴 만한 빵빵한 그루비 사운드를 담고 있다. R&B 보컬의 이상적인 답을 보여주는 듯한 알 켈리(R Kelly)의 기교가 Pop Wansel의 기름칠된 비트에 맞춰 유감없이 발휘되는 "To The World"를 비롯, 자메이칸 레개 샘플에 맞춰 빅 션(Big Sean), 푸샤 T(Pusha T), 카니예, 2 Chainz 등이 펼치는 릴레이 래핑이 중독성있게 들리는(특히 피치다운된 목소리 후렴구가 귀에 잘 박힌다) "Mercy",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Mighty Healthy"의 랩샘플 후렴구와 고전적인 브레이크비트 샘플이 훌륭하게 어우러지는 "New God Flow" 등 수준 높은 비트+랩 콤비네이션을 보여주는 트랙들을 앨범에서 두루 찾을 수 있다. 물론 아티스트적 관점에서 앨범 완성도를 따진다면 이 앨범에 좋은 점수를 줄 순 없겠지만 2012년 한해 동안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메인스트림 힙합계를 돌아볼 때 그나마 유일하게 자주 꺼내 들을 수 있었던 앨범으로 바로 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꼽고자 한다.         
MADTEO [Noi No]


"tanti, maledetti e sempre "
이태리 태생의 뉴요커 DJ MADTEO가 지난 수년동안 뉴욕 언더그라운드 하우스 씬에서 보여줬던 외골수 다크 하우스는 "Workshop"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EP/7인치 싱글들을 통해 꾸준하게 지속되어왔지만 안타깝게도 하우스뮤직에 존 존(John Zorn)식 뉴욕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믹스시키려는 그의 독창적인 음악세계가 글로벌하게 알려질 만한 기회는 그동안 극히 미미했다. 뉴욕 언더 하우스씬에서조차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던 그에게 핀란드 유명 레이블 Sahko Recordings의 계약 제의는 그런 의미에서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기회였다. 소속사 Sahko를 통해 PAN SONIC과 미카 바이니오의 실험적 정기를 듬뿍 받은 탓일까. MADTEO는 자신의 첫번째 풀렝쓰 앨범 [Noi No]에서 사운드아트(혹은 사운드디자인)적 어프로치에 입각하여 '하우스'와 '힙합'이라는 뉴욕 클럽 음악의 양대 주류 장르를 그 어느때보다 실험적으로 짜집기 하는데, 그러면서도 클럽 디제이라는 본인의 신분에 걸맞게 실험음악에 생소한 일반대중들을 염두에 두고서 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半)추상적 형태의 실험적 매터리얼을 완성해낸다. 물론 글리취/애시드 비트가 음산하게 박동하는 딥하우스 성향의 "Drop Dead (When I Saw You That Nite)” 트랙을 제외하면 온전한 와꾸를 갖춘 하우스(혹은 힙합) 그루브를 [Noi No] 안에서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찹과 루핑이 추상적으로 반복되는 보이스 샘플(DRAKE의 "Marvin’s Room"이 철저하게 난도질된 "Rugrats Don’t Techno For An Answer"를 들어보라), 음소거와 해제를 반복하며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힙합/하우스 비트들("Rut-a-Round", "Vitruvian Nightmare" 등의 필터 베이스라인은 SHACKLETON의 UK 베이스 로파이 텍스쳐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외 여러가지 텍스쳐로 변조된 배경사운드들은 노련한 DJ 마테오의 꼼꼼한 마스터터치에 의해 여백 풍부한 미니멀 스트럭쳐와 간결한 시퀀스를 형성하며 일반 일렉트로닉/하우스 음악 못지 않은 그루브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추상적인 어프로치를 통해서도 그루브를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음을 입증한 [Noi No]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적 규칙성이 강조되는 일반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접할 수 없는 인간적인 냄새와 아티스트적인 손길을 매 프레이즈마다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분절된 소품(fragment)들의 모음집 같은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연출되는 분위기만큼은 마치 아방가르드 컨셉트앨범을 듣는 듯한 '일렉 앨범답지 않은' 예술적 매력을 두루 지닌 작품이 바로 이 앨범일 것이다.   
GOJIRA [L'Enfant Sauvage]


"l'enfant sauvage"
최초의 '국제용' 밴드 AGRESSOR([Towards Beyond]은 무려 20년전 한국에서도 라이센스 발매된 적이 있음) 이후 계속 잠잠했던 프랑스 메틀밴드들이 최근 자국 시장을 넘어서 영-미 지역에까지 세력을 뻗히고 있다. 인디 모던록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메틀 밴드 LES DISCRETS를 비롯, 슈게이징과 블랙메틀의 접목을 시도중인 ALCEST, 스토너(stoner rock)와 드론 둠(drone doom)을 블랙메틀 문맥에 적용시킨 YEAR OF NO LIGHT(이 밴드 강추), 그루브 메틀 밴드 DAGOBA 등 개성적인 색깔을 지닌 일련의 프랑스 메틀 밴드들은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 중에 있다. 특히 테크니컬 데쓰 메틀 세력의 성장이 프랑스 메틀계에서 괄목할만한데, HACRIDE, SCARVE 등 많은 프랑스 테크니컬 데쓰 밴드들 중 가장 두드러지는 음악적/대중적 성과를 거둔 팀이 바로 바욘(Bayonne)이라는 소도시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GOJIRA다. [L'Enfant Sauvage]는 네 장의 퀄리티 앨범들을 쏟아냈던 이들이 4년간의 공백 끝에 발표된 통산 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자 본격적인 세계 진출작. 그동안의 기다림에 대해 확실한 보답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L'Enfant Sauvage]는 '라이브의 귀재' GOJIRA가 여지껏 꾸준히 보여줬던 테크니컬한 면모가 가장 완벽하게 표현된 스튜디오 작품일 것이다. 하이파이 오디오 사운드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전작 [The Way of All Flesh]와는 달리 절도와 구성력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둔 프로듀싱 디렉션 덕에 [L'Enfant Sauvage]는 절제된 소리에서도 오히려 전작보다 더 헤비하고 타이트한 무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낸다. MESHUGGAH 스타일의 급박한 템포 음악을 시종일관 리드하는 기타 리프들은 간결하게 구사되지만 필요할 때마다 디테일과 포인트를 적시적소에 살리면서("Explosia": 피크 스크래치, "The Axe": 하이피치 트레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모던 메틀 최고의 테크니션 마리오 뒤플랑티에(Mario Duplantier)의 아기자기한 드러밍 역시 폭발적인 더블 베이스킥과 맞물려 살벌한 헤비 무드를 쉴새없이 주도한다. 인트로 트랙 "Explosia"의 그루브 형태와 절정부의 드라마틱한 보컬 튠에서 보듯 상업 시장을 염두에 둔 멜로딕 메틀적 측면도 이번 앨범에서 간간이 드러내지만(이 때문에 IN FLAMES의 최근작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2011)] 느낌도 살짝 난다), 프로듀싱 과정에서의 상업적 기름칠로 인해 테크닉과 음악성이 함몰되었던 IN FLAMES의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에 반해 [L'Enfant Sauvage]는 멜로디 훅과 테크니컬리즘의 밸런스가 프로듀싱 과정에서 완벽하게 컨트롤되면서 사탄/주술 기믹없이 음악으로만 승부해온 GOJIRA의 순수 잠재력을 현실적 감각에 맞춰 폭발시켜낸 작품으로 평가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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