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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2: Honorable Mentions (part 2)


 STARKEY [Orbits]


"distant star"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SKRILLEX의 음악은 덥스텝도 투스텝도 그라임도 아닌 그냥 음원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어찌됐든 마이스페이스 바이럴 스타 소니 무어(Sonny Moore)의 'drop the bass' 애티튜드가 대중음악계에 미친 파장은 가히 대단했다. 그러나 우매한 대중들에게 '덥스텝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고 덥스텝과 UK 개러지계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개고생하던 몇몇 장인들에게 '나도 스크릴렉스처럼!' 이라는 이상한 헛바람을 불어넣었으니, 이제 '낑-낑-낑-꿱!' 거리는 스크릴렉스표 과대망상 와블 베이스톤 비스무리한 소리만 클럽에서 듣게 되도 경끼를 일으킬 음악 매니어들이 전세계적으로 한둘이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 미국 뉴욕/동부 언더그라운드 개러지 씬에서 잔뼈가 굵은 필라델피아 출신의 그라임/뎁스텝 디제이 STARKEY는 과거 자신의 그라임 어택 1번 무기였던 더티 와블 베이스라인을 최근 발표한 풀렝쓰 신작 [Orbits]의 핵심 소스로써 또다시 이용하지만 마치 '베이스 소음 떡칠의 대마왕' 스크릴렉스에 보란 듯이 프로 덥스테퍼로서 숙지해야 할 '올바른 더티 베이스 사용법'을 절제된 톤/템포로써 완벽하게 데모해보인다. 더 놀라운 점은,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쓰고 워덥 독~ 이라고 인사하는 양아치가 들고 나온 앨범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앨범 구성력이나 송라이팅, 테마가 기존의 베테랑 실험 일렉 아티스트 앨범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데 있다. 스트리트 베이스를 이용하여 SF 브금이나 크라우트 음악을 완성했다고 말한다면 그저 지나친 비유일까. 백수 루저들의 지하 클럽 댄스를 위한 그라임/투스텝 연주곡들로 채워진 1, 2집에서 즐겨 사용된 그라임/서던힙합 스타일의 싸구려 신쓰-베이스 텍스쳐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지만 슬로우템포의 힙합 리듬을 끌어들여 우주적인 무드를 조성한다든지("...and Then God Built the Cosmos"), 혹은 제임스 블레이크형 오토튠("Magnet")이나 M83형 신쓰 드라마 구성법("Crashing Sphere")으로 서정적 감수성을 자아내는 점 등은 SKRILLEX식 '웝웝' 사운드엔 결코 접할 수 없는 가히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귓청을 자극하는 하급 신쓰-베이스 음원과 자메이칸 그라임 튠을 이용하면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사운드스케잎과 다채로운 구성력, 그리고 일관성있는 테마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걸 [Orbits]를 통해 보여준 STARKEY. 바로 이 점이 앞으로 스크릴렉스나 디플로 이상의 네임밸류를 얻어야 할 미국 덥스텝씬의 '떠오르는 거성'으로서 우리가 그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whispering rule"
앞서 파트 1에서 소개되었던 TERRY MALTS와 ROYAL HEADACHE,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CLOUD NOTHINGS나 JAPANDROIDS, ICEAGE처럼 70년대 말~80년대 초 가장 건전하게(?) 악받쳤던 원조 펑크 사운드를 각자 창의적으로 재현(그 조악했던 로파이 인디텍스쳐까지)하려는 밴드들이 최근 들어 인디 씬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혼성 트리오 NU SENSAE 역시 주류 타협을 불허하는 겸허한 자세로 오리지널 펑크 텍스트를 탐구하면서 잠시 주춤해온 라이엇걸(riot grrl) 장르의 인디 트렌드 재진입을 노리는 주목할 만한 펑크 리바이벌리즘 밴드 중 한 팀으로 손꼽힌다. 급박한 템포에서도 묵직한 소리를 제대로 내주는 메틀성 기타 코드웍과 드럼 난타의 향연은 미국 SST 레이블 초창기(80년대 초) 펑크록 밴드들과 원조 혼성 펑크록 밴드 THE AVENGERS(SST 소속은 아니었다)의 사운드 감촉과 비슷한데, 무엇보다 [Sundowning]에서 가장 크게 돋보이는 점은 완벽한 보컬 테크닉을 지닌 여성 리드보컬 안드레아 루키치(베이스도 동시에 맡고 있다)가 밴드의 음악에 미치는 카리스마와 영향력일 것이다. '펑크걸' 로서 그녀의 보컬 기량은 역대 라이엇걸 밴드 보컬리스트들을 통들어 가히 A급으로, 노멀 보컬에서부터 샤우팅(특히 "Spit Gifting""Orange Roses"를 들어보라)까지 중성적인 파워와 호흡, 카리스마 등을 두루 지닌 그녀의 '앵그리 걸' 펑크 보컬은 예전 BABES IN TOYLAND(코트니 러브, 제니퍼 핀치 등을 동시에 배출했던 이 팀은 정말이지 앵그리걸 펑크 아이콘의 파워하우스였다)의 여신 캣 비엘랜드(Kat Bjelland)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안드레아 루키치의 안정감 넘치는 보컬 밸런스 덕분에 배킹 사운드 유닛(1 기타, 베이스, 드럼) 역시 인디 펑크록 사운드답지 않게 굉장히 절도감 있게 돌아가는데, 특히 부정확한 쓰리코드웍 후리기나 퍼즈/피드백 떡칠 대신 깔끔한 사이키델릭튠으로 무장하고서 정확한 코드웍과 억양 분명한 기타솔로를 적시적소에 흘려주는 브로디 맥나잇의 미니멀 기타사운드 역시 [Sundowning]에서 절대 놓혀선 안될 또다른 매력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YEAH YEAH YEAHS의 데뷔 EP 앨범 이후 처음 맛보는 '제대로 된' 라이엇걸 펑크 앨범이 바로 이 작품. 
ELVIS DEPRESSEDLY [Cutters Only, The Ontological Anarchy of Elvis Depressedly]


"mickey yr a fuck up"
맷 카쓰런(Matt Cothran)의 원맨 밴드 ELVIS DEPRESSEDLY는 특별한 라이브 활동도, CD나 LP로 프린트/유통된 앨범을 발표한 적도 없는 그런 '이름뿐인' 무형의 존재다. COMA CINEMA의 주인공으로써 잠시 주목을 받은 적도 있지만 철저한 폐쇄적 작업 방식으로 인해 음악 미디어에서는 철저히 배제되는 뮤지션이기에 ELVIS DEPRESSEDLY의 근황이나 신작 음원을 캐치업 하기 위해서는 오직 ELVIS DEPRESSEDLY의 밴드캠프(bandcamp) 페이지를 꾸준히 들락날락하는 수밖에 없다. 2012년 초 소리소문 없이 발표된 [Cutters Only, The Ontological Anarchy of Elvis Depressedly]은 맷 카쓰런이 ELVIS DEPRESSEDLY 이란 이름으로 밴드캠프에서 2011년 한해 동안 발표했던 세 장의 EP 작품들 [Save the Planet Kill Yourself], [Goner], [Disgraceland]에 수록된 열 두곡과 미발표된 세 곡을 한 곳에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엘리엇 스미스와 베이루트(BEIRUT)의 포크 염세주의를 교배한 듯한 ELVIS DEPRESSEDLY식 가내수공업/하우스공정 로파이 팝은 '베드룸 랩-팝(lap-pop)'으로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랩탑 살 돈이라도 있을지 의문!) 영세한 수준의 음질과 프로듀싱을 자랑(?)하지만, 잔뜩 움츠러든 포크성 보컬팝의 멜로디와 코드는 답답한 로파이 먼지를 뚫고 리스너의 귀에 착착 감겨들만큼 캐취감이 상당하다. 카쓰런은 ELVIS DEPRESSEDLY에서 오직 염세주의 로파이 포크 탐구만으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지 않는다. "Boy Satan"와 같은 트랙에서는 희대의 원맨 DIY 블랙메틀 뮤지션 BURZUM의 영향(!!!)이 느껴지는 으시시한 고딕적 무드가 신쓰 선율을 타고 흐르기도 하며, "Life Sentence", "Goner" 등과 같은 트랙에서는 초기 SPACEMEN 3이나 뉴트럴 밀크 호텔(과 그외 엘리펀트 6 레이블 밴드들)과 같은 90년대 네오사이키델릭 포크록의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수성이 피드백/드론/오디오이펙트와 함께 폭발하는 등 우리가 최근 흔하디 흔하게 듣곤 하는 칠웨이브나 기타 원맨 인디트로닉 보컬팝 사운드의 슈게이징 퓨전과는 다른 느낌의 네거티브형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대거 투척한 것. '염세주의'와 '실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자신의 침실 안에서 한꺼번에 잡으려는 맷 카쓰런의 일인칭 어프로치는 초저예산 장비와 마이크로폰에 의해 채집된 저질 로파이 음향과 맞물려 극도의 폐쇄성를 띄는데, 이러한 감흥을 조장하는 로파이 포크, 사이키델릭, 고딕 등의 아웃사이더적 요소들은 놀랍게도 TORO Y MOI, WASHED OUT 못지 않은 달달한 팝 센스/감수성 등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면서 굉장히 특이한 텍스쳐와 무드를 띈 '레알' 베드룸 사운드의 탄생을 돕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JOEY BADA$$ [1999]


"world domination"
올해 최고의 힙합 믹스테잎 [1999]을 릴리즈한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랩퍼 조이 배드애스(Joey Bada$$)는 17세에 불과한 고등학교 재학생이지만 이미 3년전부터 브루클린 로컬 힙합 프로젝트 그룹 Pro Era(바로 2주전 이 팀의 리더 Capital Steez가 19세의 나이로 자살했다)의 최연소 멤버로써 왕성한 활약을 해주었던 천재 힙합퍼다. 나스(Nas)와 Notorious B.I.G. 등이 정점을 찍었던 90년대 '골든제너레이션' 시절의 뉴욕 힙합 스타일을 흠모하는 이 고딩이 배경사운드용으로 셀렉트한 트랙들을 일단 살펴보면, 다른 또래 뉴욕 힙합 지망생들의 대다수가 갈망하는 '우탱 라인' 정규 코스만큼이나 MF Doom이나 J Dilla, 스태딕 셀렉타(Statik Selektah), 나스(Nas) 같은 인텔리형 힙합 스타일에도 예사롭지 않게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이 배드애스의 성숙한 음악적 면모는 '재즈펑크(jazz-funk)의 레전드' 로니 리스턴 스미스(Lonnie Liston Smith)의 고전 명곡 "Summer Nights"을 배경트랙으로 사용한 인트로 "Summer Knights"에서부터 일찌감치 드러내며, 그외의 트랙들에서도 MF Doom, J Dilla, Lord Finesse 등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베테랑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낸 지적인 90년대 비트/트랙들을 엄선하여 사용하면서 뭔가 잡다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정리해서 쏟아내는 듯한 나스횽 삘의 워드플레이(word play)를 깔끔한 래핑으로써 원숙하게 선보인다. 이 어린 재주꾼은 켄드릭 라마 [good kid, m.A.A.d city (2012)]의 사색적인 무드와 오타쿠스러운 비트 놀음은 물론이고 과거 선배횽들이 살벌하게 취했던 갱스터 스타일과 나스티(nasty)한 스웨깅(swagging)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소 조심스럽지만 자신있게 몸풀듯 풀세트로 테스팅하는 여유까지 부리니, 일각에서 주장하는 '어린 나스의 재탄생' 이라는(신예 뉴욕 랩퍼에겐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다) 평가가 결코 과찬이 아님을 이 믹스테잎을 듣는 순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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