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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KENDRICK LAMAR: good kid, m.A.A.d city (2012)


"켄드릭 라마는 이 시대의 밥 딜런이다."

넵튠스의 페럴 윌리엄스(Pharell Williams)가 남긴 격찬처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음악세계는 단순히 랩핑과 프로듀싱 같은 하드웨어 요소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인텔리형 힙합 아티스트다. 욕지꺼리나 뻔한 주제(갱횽들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아가씨 얘기 등등)로 섣불리 자신을 옭아매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일상들을 관조적인 자세로 스토리텔링 해나가는 그의 진지한 자세는 지난 2011년 아이튠스 독점 데뷔 앨범 [Section.80]를 통해 인디계에서 먼저 거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주류사회와 흑인사회를 향해 균형적인 시각으로 정곡을 콕콕 찌르는 [Section.80]의 자전적 독설 퍼레이드는 우리가 그동안 지겹도록 봐왔던 웨스트코스트 흑횽들의 허세간지 틈바구니에서 유독 빛나 보였었다. 다소 뻔하게 흘러갔던 WC 랩/힙합 프로듀싱 기본 공식에 새로운 무브먼트와 정치적 자세를 대입시키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인디레이블과 인터넷 제한판매, 그리고 제한적 PR의 삼위일체 핸디캡을 딛고 데뷔 앨범과 켄드릭 라마 자신의 이름을 메인스트림 음악계에 확실하게 노출시키는 성과를 얻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닥터드레이의 Aftermath, Interscope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면서 메인스트림 스테이지에 자신의 발을 신속하게 들여놓는 데 드디어 성공하게 된다. 

질풍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귀에 감기는 플로우의 맛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힙합 음유시인 켄드릭 라마의 두번째 정규앨범이자 첫번째 메이져 데뷔 앨범 [Good Kid, M.A.A.D City]은 메이져와의 계약 덕택에 데뷔 인디 앨범과는 사뭇 다른 막강 프로듀서 피처링 거장들의 서포트를 등에 업고 지난 10월 22일 대중들 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어린 캔드릭라마의 성장기를 주로 다룬 내용들로서, 갱스터랩의 성지, 빡센횽들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주 컴튼 시티에서의 삶과 성장을 데뷔앨범 당시와 같은 켄드릭 라마 특유의 수수한 억양으로 영화적 네러티브처럼 묘사/서술하고 있다. 

일단 힙합청년 캔드릭 라마를 잠시 소개하자면, 본명은 Kendrick Lamar Duckworth로 1987년 6월 17일생(쌍둥이 자리)인, 올해 만 25세의 창창한 대형 아티스트 유망주다. 위에서 소개한대로 캘리포니아 컴튼 출신이며, 이번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드레횽, 겜횽, 드레이크횽, 릭로스횽, 영지지횽, 빠렐횽 등등 수많은 빅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을 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바 있다. 그는 8살이 되던 해에 라마의 우상들인 드레횽과 투팍횽의 전설적인 명곡 "California Love" 뮤직비디오 촬영을 우연히 지켜보면서 '이것이 간지구나' 라고 깨닫고 힙합의 길을 걸으리라 다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6살이 되던 해에 본인이 직접 제작한 첫 믹스테잎 "Youngest Head Nigga In Charge"를 통해 LA 인디 레이블 Top Dawg Entertainment에게 발탁이 됨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의 커리어를 이룩하게 된다(참고로 그의 Top 5 랩퍼들은 Tupac, The Notorious B.I.G., Jay-Z, Nas, 그리고 Eminem이 되겠다).

Aftermath Ent., Interscope Records, Top Dawg 등 대형 레코드 레이블에서 발매한 앨범이니만큼, 그에 걸맞는 빵빵한 프로듀서들이 이번 앨범 곳곳에 배치되었는데, Just Blaze, Pharrelll Williams(넵튠스), Hit-Boy, Scoop DeVille, 그리고 이번 앨범 속에서 진가를 보여준 T-Minus 등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라마의 정신적 지주이자 컴튼의 대부인 닥터드레이(Dr. Dre)횽이 총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일단 드레횽이 손댄 것들은 대체 뭘 먹이는지 몰라도 기냥 빠방해지기 때문에 궁금함조차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복기하며 이번 앨범에 한번 몰입해본다.

첫번째 트랙인 "Sherane a.k.a Master Splinter’s Daughter" 는 맛깔나는 베이스라인에 이어 장난끼스럽게 뿅뿅(?)거리는 드럼소리,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람목소리같은 울림이 뒤에 퍼짐으로 완성된 곡인데, 앨범을 통들어 라마의 읊조리는 듯한 랩이 음악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트랙으로 바로 이 곡을 꼽을 수 있겠다. 고급스러운 인스트루멘탈 사운드로 무장된 2번트랙 "Bitch, Don't Kill My Vibe"는 다소 서정적인 배경에 노래와 랩이 어우러지는데, 마치 Devin the Dude의 음악을 듣는 듯한 몽환적이면서도 스무쓰한 감흥과 엔딩부분에서 리스너들의 가슴을 저미는 바이올린 스트링 사운드는 웨스트코스트 래퍼 라마와 이번 앨범의 클래스를 한차원 높여주는 데 훌륭한 조미료가 되어준다. 4번곡 "The Art of Peer Pressure"은 웨스트코스트 스타일 딥 베이스에 기반을 둔 어둡고 경건(?)한 느낌의 곡으로, 10대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나쁜 일(?) 혹은 재밌는 일 등을 통해 느꼈던 디테일한 감흥들을 훌륭한 플로우가 담긴 랩으로써 진솔하게 전달한다.    

6번 트랙 "Poetic Justice"는 드레이크횽이 피쳐링하여 주목받는 곡이기도 한데 특히 뒷부분에서 흘러나오는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보컬샘플이 이 곡에서 유독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파렐 윌리엄스횽이 프로듀싱한 넥스트트랙 "Good Kid"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파렐횽 특유의 캐릭터가 N.E.R.D. 스타일로 살아있는 곡이다. "m.A.A.d city"에서는 꼭 구찌메인횽의 곡에서 느낄 수 있던 그런 서던풍의 느낌이 전해지는데, 중반부에 갑자기 반전으로 올드스쿨스타일의 비트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오면서 마치 "컴튼은 아직 살아있다!" 라고 포효하는 듯한 비장한 포스를 강렬하게 발산한다.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9번트랙 "Swimming Pools (Drank)"은 이번 앨범의 리드싱글로서 이달 초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당당 20위 진입에 성공한 곡이기도 하다. 캔드릭라마의 랩은 평상시 별로 그렇게 튀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하지만 유독 이 곡에서는 그의 랩이 꽤 이질적으로 두드러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특히 라마의 목소리가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중간 부분에서는 마치 에미넴의 "Guilty Conscience" 내지 Quasimoto 같은 그런 맨붕스타일을 라마식으로 접하는 듯한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마지막 트랙 "Compton"은 곡의 제목답게 컴튼의 제왕인 드레횽이 피쳐링한 탓인지 드레가 주름잡던 그 예전 컴튼 바이브가 다시 원숙하게 흐르는 듯 한데, 여기에 저스트블레이즈횽 특유의 비장함과 화려함이 올드스쿨 갱스터삘의 하이피치 신쓰리프, 로저 트라우트먼 스타일의 오토튠과 어우러지면서 과거 캘리포니아의 영광이 라마식 트렌드 감각에 맞춰 군더더기 하나없이 세련되게 재해석된다.


캔드릭라마의 랩은 그다지 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막상 찾아보면 이런 스타일이 또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살벌하기로 소문난 컴튼. 그리고 여기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나왔던 흑횽 갱오야붕들의 살벌한 포효와 더불어 더이상 문명인의 정상생활이 어려울 것만 같은 부정적 선입견들을 동시에 양산했던 그 곳. 컴튼 소년 켄드릭 라마는 이를 홧병이나 광기로 표출하기보다는 음악적 열망과 고향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태생적 배경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면서 그저 직설적이기만 했던 과거 선배횽들보다 한차원 더 성숙한 시선으로 현실을 논하고자 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파렐횽의 코멘트처럼 라마의 지적인 가사들은 밥딜런이 부럽지 않을 만큼 이미 컴튼과 캘리포니아 흑횽 리그 수준을 넘어선 시적 은유와 문학성이 담겨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한편의 '컴튼 배경' 인디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는 듯한 그런 담담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일상적 네러티브의 힘이 [Section.80]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담겨 있어 작품의 가치가 훨씬 더한다. 마치 첫번째트랙부터 마지막트랙까지 한편의 컨셉트 앨범처럼 구성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앨범 커버에 타이틀-아티스트명과 함께 자필로 적어넣은 'Short Film' 이라는 글씨에서도 그의 네러티브적 의도가 공공연히 드러난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짜임새있는 곡 구성과 함께 캘리포니아 갱스터랩의 가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듯한 각 싱글들의 깔끔한 사운드 임팩트 역시 이번 앨범의 퀄리티를 보증하는 지적 정교함과 동시대적 세련됨을 두루 갖추었으니, 바로 이 앨범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웨스트코스트 힙합 명반으로 격찬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RATING: 89/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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