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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JJ DOOM: Key to the Kuffs (2012)


언더그라운드 명 힙합프로듀서 Jneiro Jarel과 가면 뒤에 가려진 괴짜 명 MC MF Doom이 만났다. 특히 둠횽의 경우 예전 메드립+엠에프 둠(Super Villain)=메드빌레인, 데인져 마우스+엠에프 둠=데인져 둠 등과 같은 다양한 1+1 형태의 콜라보 그룹으로 등장한 바 있는데 이번엔 JJ횽과 함께 'JJ Doom' 라는 예상가능한 그룹명으로 지난 8월말 [Key to the Kuffs]라는 앨범과 함께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마치 드래곤볼의 오천크스, 베지트 같은 퓨전을 이번에도 보는 듯 한데, 그래선지 이 두명의 걸출한 캐릭터가 창조해낼 결과물이 과연 어디를 향해 갈런지 이미 앨범 발매 훨씬 전부터 리스너들의 의혹과 궁금증을 한껏 자극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일단 간단히 둠횽을 소개하자면, 본명은 Daniel Dumile로, 1971년에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그 후 바로 가족들이 뉴욕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는 UK스타일보다 뉴욕스타일이 더 고스란히 묻어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음악팬들에게는 그저 90년대 후반 마스크와 함께 뜬금없이 출몰한 MF Doom의 존재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힙합의 황금기가 도래하기도 전인 1988년부터 이미 힙합그룹 KMD에서 'Zev Love X'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잔뼈 굵은 베테랑 랩퍼이기도 하다(KMD 시절이 가면벗은 둠횽의 생얼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중 하나이기도 하다).
 
JJ횽의 본명은 Omar Jarel Gilyard로, Jneiro Jarel이라는 이름으로 랩퍼겸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으며 덤으로 Dr. Who Dat? 등의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가 2004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이 청년이 바로 힙합의 역사를 계승해 이끌어나갈 인물'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조금 민감하게 들어봐야 '아 이사람이구나' 라고 인지가능하겠으나 분명 자신만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탄탄하게 지니고 있는 프로듀서겸 랩퍼이며, 십년 남짓의 프로 경력 동안 언더그라운드 힙합, 랩뮤직 팬들이라면 당근 갠소하고 싶어지는 유수의 명반들을 프로듀싱해왔다.
 
이번 앨범이 발표될 즈음, 뒷배경으로 둠횽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음악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즉, 영국 여권을 소지하고 유럽투어를 하던 둠횽이 투어를 마치고 뉴욕 JFK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다 황당하게도 비자문제로 그의 본 출생지인 런던으로 강제송환되었다는 것. 물론 거의 살아본 적 없는 출생지이긴 하지만,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 둠흉은 최근까지 영국빠 미국증오 발언들을 꽤 심심찮게 터트리곤 했다...


"영국술문화 졸라 맘에 든다... 특히 짭새 신경 안 쓰고 밖에서 술마실 수도 있으니~"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완전 정착하고 싶다. 나 미국이랑 완전 쪽냈다!(I'm done with the US!)"


아무튼 둠횽다운 엄청난 방랑력(?)과 자유로운 영혼에 몸과 마음을 싣고 JJ횽과 함께 2012년 드디어 새로운 앨범을 출시하게 된다. 이제 영국사람이 다 됐는지, 이번 앨범에서는 영국음악 피쳐링/샘플들이 유난히 더 돋보이는 듯 하며 둠횽의 둠(doom)스런 해학적 무게 역시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Key to the Kuffs'라는 앨범제목을 따라... 이제 채워진 수갑을 풀고 앨범을 한번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인트로트랙보다 더 강렬하게 귀를 파고드는 2번째 트랙 "Gov'nor"에서는 둠횽의 매우 시적인 가사와 함께 부패한 정치인과 통치자들을 역설적으로 꼬집는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곡의 포인트라면 뭐니뭐니해도 얄팍하게 칭얼대는 기타리프 루핑 사운드 사이로 'Hello Governer'라고 지껄이는 다양한 보이스 샘플과 마칭스네어 드럼소리의 중독성넘치는 배킹 앙상블일 것이다. 브릿팝 아이콘이자 Gorillaz의 리더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 피처링한 4번트랙 "Bite the Thong"은 마스크맨 둠횽다운 강렬한 이미지가 전면에서 드러나는 곡으로, 로파이(lo-fi)한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뚫고 거칠게 작렬하는 킥사운드가 특히 언더스러운 원초적 매력으로 다가온다.  6번째 곡 "Dawg Friendly"에서는 JJ횽의 맛깔나는 랩을 맛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곡들에 비해 JJ만의 칼라가 유독 더 두드러져 보이는 듯한 곡이기도 하다. 영국의 트립합 전설 포티쉐드(Portishead)의 리드싱어 베쓰 기븐스(Beth Gibbons)와의 '의외의' 협연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9번트랙 "GMO"에서는, 지속적으로 깔려지는 으시시한 배경의 스트링사운드들이 베쓰 기븐스의 마녀(?)같은 마성의 보컬과 아주 잘 어우러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앨범에서 가장 감성적(......?)인 곡인 11번 트랙 "Winter Blues"에서는 고향과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둠횽의 랩이 돋보이는데 마치 영국으로 송환되는 등 그간 본의 아니게 우여곡절을 겪었던 둠횽의 센티한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며, 13번 트랙 "Retarded Fren"은 비장하면서도 뭔가 멜랑꼴리함이 느껴지는 곡으로 특히 중간중간 등장해주는 명료한 심벌소리가 꽤나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Key to the Kuffs]는 한곡한곡이 팍팍 다가오는 그런 앨범류는 분명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장인적인 프로듀싱 손길들이 담긴 좋은 퀄리티의 곡들을 무난하게 선보이고 있다. 둠횽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프로듀싱하고자 한 자네이루횽의 노력이 돋보이는 이번 JJ Doom 프로젝트는, 살짝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성이긴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얼터너티브 랩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괜찮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가사 자체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시적인 테마와 무드를 풍기는 앨범이며, 미니멀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보통 힙합류 음악들에 비해 좀더 다양한 소리들을 표출하려 노력한 이 두 장인들의 실험적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발휘된 작품이 바로 이번 [Key to the Kuffs] 앨범이다.


RATING: 80/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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