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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PRODIGY: H.N.I.C. 3 (2012)

뉴욕과 세계 힙합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룹 맙딥(Mobb Deep)의 멤버로써 무수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프로디지(Prodigy)의 솔로앨범 시리즈 "H.N.I.C."의 "Pt.3"가 지난7월 3일 발매되었다. 2000년("Pt.1")과 2008년("Pt.2")에 매우 좋은 평을 받았던 H.N.I.C. 시리즈의 삼탄격인 이번 앨범에서도 특유의 grimy한 목소리로 삶에서 흘러나오는 불편한 진실들을 말해주는 영재(prodigy)횽만의 스토리텔링을 다시금 접할 수 있다. 또, 다크한 스타일이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뉴욕의 알케미스트(Alchemist)횽이 이번에도 앨범의 많은 곡들에 프로듀서로써 참여했는데(게다가 'Gangrene' 이라는 듀오 그룹에서 알케미스트횽과 함께 똘끼를 보여주었던 오노(Oh No)까지 보너스 트랙 "Ms. Bad Ass"에 참여했다), 필자 역시 다크한 플로우를 끊임없이 뽑아내는 알케미스트의 프로듀싱 스타일이 프로디지의 grimy한 래핑과 궁합이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알케미스트횽이 직접 프로듀싱한 첫번째트랙 "Without Rhyme or Reason"은 저돌적인 비트가 완벽하게 귀를 사로잡는 곡이며, 또다른 알켐횽 작품인 "Slept On"에서는 영화 '스카페이스'에서 암흑가 보스로 분했던 알 파치노의 음성을 샘플링으로 사용하여 갱스터 본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Juice'(1992)에서 투팍횽이 악지르는 목소리가 샘플로 사용된 3번째곡 "Pretty Thug"에서는 또다른 프로듀서 Ty Fyffe의 서던풍이 가미된 비트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다음곡인 "My Angel"에서는 분위기를 바꾸어 어두운 도시의 사랑노래와 같은 느낌으로 열창하는 윌리 테일러(Willie Taylor)의 감성보컬을 접할 수 있다. 역시 알켐횽이 제작한 비트가 곡 전체를 휘감는 6번곡 "Live"는 횽특유의 다크한 뉴욕 grimy 느낌과 영재횽의 캐릭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필청 트랙이다. 10번곡 "Award Show Life"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쇼 비즈니스의 탑을 달리는 횽들의 인생'이라는 주제가 담겨진 노래인데, 그런 '화려함'마저 영재횽다운 해석력을 바탕으로 가히 '어둡게' 불러주었으니, '횽이 진짜 갑이구나' 싶은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만드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힙합 프로듀싱 듀오 시드 롬스(Sid Roams)가 가담한 "Who You Bullshittin"에서는 맙딥의 동료 Havoc이 피쳐링하여 오랫동안 다져온 팀웍을 과시하며, 13번곡 "Smack That Bitch"에서는 정말 곡 제목대로 포장하나 없이 한맺힌 누님의 슬픔과 분노를 그대로 전하는 듯한 Esther의 소울가득한 보컬이 돋보인다. 15번곡 "Gangsta Love"역시 앞서 13번곡에서 참여했던 여성싱어 Esther와 프로듀서 발렌티노(Valentino)가 한차례 더 등장하는데, 후반부 필러(filler) 트랙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 가장 첫번째로 싱글 발매된 트랙으로써 시원한 신스 사운드와 역동적인 비트가 세련된 보컬라인과 어울리면서 이번 앨범 수록곡 중 리스너들의 귓청을 가장 부담없이 자극한다.

정규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16번곡 "What's Happening"에서는 T.I. 횽 특유의 럭셔리한 랩과 클린한 프로듀싱을 접할 수 있으며, 디럭스 에디션 버전 앨범에만 수록된 보너스 트랙 "Hate to Love You"에서는 재즈 연주인 출신 프로듀서 Maurice 'Mo Betta' Brown에 의해 연출된 재지 분위기에 맞춰 '연애에서 오는 고뇌'를 랩으로써 다크하게 전해준다(뉴욕스타일의 grimy한 비트 역시 영재횽 전매특허의 느낌을 강하게 인상지운다). 오노횽이 프로듀싱 해준 다른 보너스 트랙 "Ms. Bad Ass"는 오노횽의 실제 친형인 매드립(Madlib)을 연상시키는 오묘한 느낌과 평상ㄴ 매드립보다 다소 더 막나가는 듯한(?) 느낌이 동반되어 보너스트랙치고 꽤 수준급의 캐릭터가 담겨있는 곡이다.

앨범을 쭉 다 들어보면, 영재횽 작품답게 어둠의 다크니스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여전히 건재하는 듯한데 더 나아가 필자는 왠지 영화 '신시티(Sin City)' (2005)의 OST를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기도 했다. 전부터 그래왔듯이 프로디지 캐릭터를 십분 보여주는 그런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그가 선택한 노선은 언제나 그랬듯 꽤나 칙칙하고 무거울 수 있을 사운드스케잎이지만 또 이런 부분이 바로 힙합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꾸준히 작용해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나름 선방한 일집의 "Keep It Thoro"같은 곡처럼 '한방에 귓청 안으로 확 들어오는' 그런 곡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지만, 어찌됐든 요즘 힙합이 살짝 주춤해가는 추세에 동부(뉴욕) 힙합의 한 부분을 잇는 맥락이자 그냥 지나갈수는 없는 중요 포인트로서 정통힙합의 맥을 [H.N.I.C. 3]로 이렇게 이어주려 한 영재횽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RATING: 77/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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