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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VANT-GARDE

RADIAN: chimeric (2009)


시카고 포스트록 레이블의 큰 핵심 축이었던 Thrill Jockey. 2000년대 들어 '변절'의 커브를 살짝 틀기 시작하면서 작금의 포스트록 씬에서 입지가 상당히 모호해진 상태이지만, 이들이 발굴-지원 중인 순수 포스트록 밴드들 중 현재 그나마 유일하게 내세울만한 팀이 바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3인조 포스트록 밴드 RADIAN이 아닐까. 그들의 2009년작 [Chimeric]은, 전형적인 록 트리오의 포메이션은 유지하되 전작 [Juxtaposition (2004)]에 비해 록밴드 특유의 비트와 템포의 규칙성을 일부 거세시키고 MY BLOODY VALENTINE의 마지막 명작 [Glider (1992)]를 연상시키는 추상적 슈게이징 독성과 포스트록의 파이오니어 BARK PSYCHOSIS의 잔상이 느껴지는 기괴한 아우라를 혼합시켜냄으로 왠만한 IDM이나 익스페리멘탈리즘 뮤지션들의 작품들보다 더욱 강렬한 전자 음역을 실험적으로 탐구하는 데 성공한다.


유럽 출신의 많은 포스트록 밴드들의 특징이 대부분은 독일 크라우트록의 전위적 실험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RADIAN은 이러한 크라우트록 클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오히려 90년대 독일 포스트록 1세대 밴드들, 특히 TO ROCOCO ROT의 세련되고 절제된 21세기형 어레인지먼트 스타일을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


기저에서 잔잔하게 깔리는 드론(drone) 음색, 뛰어난 톤의 조절 능력을 보여주는 베이스 연주 등은 미니멀하게 연주되는 기타+드럼 사운드와 함께 어느 하나로 치우침없이 유기적으로 융합되고, 이는 또다른 FENNESZ 식 익스페리멘탈 IDM 덩어리로 메타 변성하여 음파를 타고 앨범 안을 시종일관 유유히 공영한다. 추상(혹은 이성)과 감성의 접점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사실적으로 포스트록의 정석을 신중하게 탐구하는 "Git Cut Noise", 미니멀 현대 클래식처럼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험적인 아티큘레이션 이론을 학습해가는 "Git Cut Derivat" 등 수록된 6곡 모두 훌륭한 구성력을 담고 있는 21세기 포스트록 명반 중 하나이다.


RATING: 81/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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